[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영화에 향기가 있다면 ‘올레’에는 남탕의 아저씨 스킨 냄새가 풍길 것 같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은 쿨향이 코를 찌르지만 두 번 세 번 자꾸 맡아보면 묘하게 중독된다. 명품 브랜드의 고급 향수는 아니지만 지친 일상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해주는 수상한 매력이 있다.

25일 개봉하는 ‘올레’는 퇴직위기에 놓인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13년 째 사법고시생 수탁(박희순), 속이 문드러진 방송국 아나운서 은동(오만석)이 제주에서 벌이는 예측불가 해프닝을 담았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해외에서 연출공부를 마친 채두병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굵직한 영화들이 대거 개봉한 여름 시장에서 ‘올레’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장르로 틈새를 공략했다. 제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재 셋이라는 설정도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와 맞아 떨어진다. 개성이 강한 아재 삼인방의 등장 자체로 실소가 터진다.

남자 셋이 모이면 으레 싸우는 사람과 말리는 사람이 있듯, 이 영화에도 중필과 수탁이 다투면 은동이 중재자로 나선다. 아주 사소한 일에 발끈하고 거친 욕설과 주먹을 주고받는 철없는 모습이 서른아홉이 맞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싸우다가도 여자만 등장했다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식하고 다정다감한 젠틀맨이 된다.

신하균, 박희순, 오만석은 이번에 제대로 망가졌다. 신하균은 소심한 연애고자, 박희순은 성욕 충만한 찌질남, 오만석은 목소리가 매력인 인기유부남으로 거부할 수 없는 아재미(美)를 방출한다. 마치 삼합처럼 딱 어우러진 세 배우들의 찰떡호흡은 러닝타임 103분 내내 관전포인트로 작용한다.

다만 제주의 관광코스를 끼워 넣은 듯한 이야기 흐름과 불쑥 튀어나오는 첫사랑과의 과거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또 공감을 부르는 연령대도 조금 높아 보인다. 랩이나 댄스 같은 젊은층과의 소통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그 속에서도 아재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사진=영화  ‘올레’ 포스터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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