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홍상삼.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1군에서 한 경기라도 좋으니 후회 없이 제가 가장 자신 있는 폼으로 던지고 싶다.”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새출발 하는 홍상삼(31)은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야구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홍상삼은 지난해 1군에서 3경기(5.2이닝)에 등판해 승패 없이 5탈삼진 4볼넷 평균자책 4.76을 기록했다. 6월 1군에서 불펜으로 2경기에 등판한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이 끝난 뒤엔 방출자 명단에 올라 친정팀을 떠났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복수의 팀에게 입단 제의를 받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준 KIA를 택했다.

비시즌 꾸준히 훈련을 소화하고 스프링캠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새 시즌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 두산 투수코치 시절 홍상삼을 지도한 인연으로 영입을 주도한 조계현(56) KIA 단장은 “두산에서 함께 넘어온 변시원이 ‘(홍)상삼이 형이 이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 처음 봤다’고 하더라. 우리 팀으로 오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팀에 잘 적응하고 있어서 올 시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홍상삼은 지난해까지 마음의 병을 앓았다. 어느 순간 캐치볼을 하는 것마저 힘이 들었다. 야구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두려울 때도 있었다. 야구를 포기하고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내려놓을까 생각도 많이 했었다. 야구를 하고 싶었지만, 몸도 마음도 안 따라줬다. 시합만 하려고 하면 무섭고 도망가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공황장애를 앓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홍상삼은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격려와 배려 속에 마음의 병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플로리다 캠프지에서 만난 그는 “많은 분이 배려해신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홍상삼이 미소를 되찾았다. /OSEN

홍상삼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진 진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발 후보군 중 가장 경험이 풍부하다. 2009년 선발로만 9승을 올린 경험이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에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4일 연습경기에서 양현종(32)의 뒤를 이어 등판해 3.1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선발 경쟁력을 보여줬다. 맷 윌리엄스(55) 감독과 서재응(43) 투수코치가 홍상삼의 역투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홍상삼은 “가장 잘하는 사람이 선발로 나가면 된다. 선발 경쟁에서 탈락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원래 그런 것 때문에 낙담하는 성격도 아니다. 선발이든 패전조든 상관 없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상삼의 약점은 제구력이다. ‘만년 유망주’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고치기 위해 프로 입단 후 계속 투구 폼을 뜯어고쳤다. 하지만 제구에 대한 집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구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본인의 투구폼과 장점을 잃어버렸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 싸우지 못하고 자기 자신과 싸웠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각을 바꿨다. “단점을 고쳐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저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원래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위축돼 있었다”면서 “단점을 고치는 대신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수의 진을 친 홍상삼의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안 좋을 때 스스로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저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더 뒤로 갈 곳도 없다. 폭투를 던지든 볼을 던지든, 공 한 개를 던지더라도 제가 가장 자신 있는 폼으로 후회 없이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포트마이어스(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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