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인기, 왜 추락했나… 근본적인 원인은[응답하라 1990s③]
KBL 인기, 왜 추락했나… 근본적인 원인은[응답하라 1990s③]
  • 이상빈 기자
  • 승인 2020.03.15 17:57
  • 수정 2020-03-15 17:57
  • 댓글 0

스타 부재ㆍ경기력 저하
국내선수 활약 미미
낮은 자유투 성공률로 팬심 이탈
레이업 슛 하는 부산 KT 소닉붐 허훈. /KBL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1997년 2월 출범한 한국프로농구(Korea Basketball LeagueㆍKBL)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프로화 이전까지 대학교와 실업리그에서 뛰던 당대 최고 스타가 모여 한국 농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로리그가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전설적인 선수들이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나올 정도였다. KBL 도입은 수준 높은 농구를 원하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출범 20년이 훌쩍 지난 2020년 KBL 인기 기상도는 흐리기만 하다. 겨울 대표 프로스포츠로 꼽히던 농구는 몇 년 전부터 급속도로 성장한 배구에 그 자리를 내줬다. KBL 인기가 하향곡선을 그린 근본적인 원인은 스타 부재, 경기력 저하, 국내 선수 활약상 미미(微微) 등이다. 허재(55), 서장훈(46), 우지원(47), 현주엽(45) 등 농구대잔치부터 세기말까지 KBL 전성기를 이끌던 스타가 코트에서 사라지자 거짓말처럼 농구 인기는 급락했다.

이들은 지금도 대중 기억 속에 농구인으로 깊이 자리해 있다. 반면 2019-2020시즌을 소화하는 KBL 선수들을 농구팬 아닌 대중이 쉽게 알지 못한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살아 있는 전설 양동근(39)을 동명의 배우 또는 가수로 아는 사람이 더 많다. 올 시즌 허재 아들 허훈(25ㆍ부산 KT 소닉붐)이 리그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쳐 주목받지만 현역 시절 아버지가 누린 전국적인 인기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허재 전 감독. /OSEN
허재 전 감독. /OSEN

현재 KBL에서는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선배들이 뛰던 20년 전보다 신체적인 조건은 좋아졌으나 기술적인 발전은 더뎠다. 지금과 비교해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보수적이던 세기말 농구가 훨씬 다채롭고 자유로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잦아졌고 국내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2018년 12월 11일 유도훈(53)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감독이 서울 삼성 썬더스와 경기에서 연장전 작전타임 당시 외인 머피 할로웨이(32)에게만 패스하는 국내선수들을 향해 “너흰 선수 아냐? 게임 져도 되니까 승부 봐, 괜찮아. ‘떡 사세요’ 얘만 찾을 거야?”라고 호되게 질타한 건 외인 의존도 높은 KBL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농구연맹이 올 시즌부터 ‘쿼터당 외인 1인’으로 출전 제한을 둔 것도 점점 줄어드는 국내선수 영향력을 높이려 한 이유다.

선수들에게 기본인 자유투 성공률(FT%)이 최악을 기록한 것도 팬들의 눈총을 사는 부분이다. 올 시즌 10개 팀 중 무려 4팀(전주 KCC 이지스, 전자랜드, 현대모비스, 안양 KGC 인삼공사)의 FT%가 70%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높은 팀인 원주 DB 프로미의 FT%도 74.16에 불과하다.

KBL

10개 팀 평균 FT%가 60%대로 떨어진 올 1월 우지원은 김승현(42) 농구 해설위원과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FT%가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 프로농구 출범 이래 평균 7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얼마 전 69%로 떨어졌다가 이제 막 70%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김 해설위원도 “모든 선수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저도 많이 연습한 선수는 아니지만 부담감을 떨쳐내려면 그만큼 많이 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지원도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서 충분히 자유투 연습을 해야 한다. 자유투는 무조건 연습이다”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KBL을 봐 왔다는 30대 한 농구팬은 15일 본지에 “과거 연세대 트로이카로 불린 서장훈, 이상민(48), 우지원과 이에 맞서 전희철(47), 조성원(49), 현주엽(45)이 뛰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 스타플레이어들은 스타플레이어라고 할 수가 없다”며 “오죽하면 노장인 양동근, 함지훈(36)이 여전히 현대모비스의 프렌차이즈 스타고, 30세가 넘은 오세근(33), 양희종(36)이 KGC의 프렌차이즈 스타일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인에 의존하다 보니 팀 컬러는 없고 외인 위주 플레이를 한다. 연고지 개념도 없다. 홈구장만 지방에 있을 뿐 선수들이 실제로 훈련하고 생활하는 곳은 수도권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KBL이 퇴보한 책임은 농구계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옛 선배들이 좋은 나무를 심어놨으나 후배들과 이제 관계자가 된 선배들 그리고 모기업들이 기름졌던 땅을 황무지 사막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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