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류 후보 "게임 생태계 저해, 죄송하다" 거듭 사과 입장 밝혀
'대리게임 논란'을 받는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 류호정 씨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지난주 정치권과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군 인물은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1번 류호정(29)씨였다. 정의당은 지난 15일 류 후보자가 '대리게임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전국위원회(전국위)를 열고 류 후보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후보로 재신임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류 후보의 이력 중 지난 2015년 스마일게이트 입사 때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대리게임으로 이뤄낸 '리그 오브 레전드(롤)' 티어(등급)다. 롤은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유통을 맡고 있는 전 세계적 인기 MOBA 장르로 국제 e스포츠 리그가 활성화된 게임이다. 특히 게임 내 등급 상승이 여타 장르 게임들보다 어려운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류 후보는 스마일게이트 입사 전 2014년 이화여대 재학 당시 롤에서 자신의 등급을 올리고자 다른 사람에게 게임을 맡겼다. 자신의 계정을 지인과 공유, 대리 게임을 통해 등급을 올린 내용으로 논란이 일자 학내 e스포츠 동아리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대리게임으로 부당 이익 취득을 막기 위해 개정된 일명 '대리게임 처벌법'이 적용(2018년)되기 전이라 현재로서는 법적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대리게임도 문제지만, 이 대리게임을 통해 얻은 등급을 취업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큰 이슈였다. 스마일게이트 입사 당시 등급을 이력에 넣은 것이 취업에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류 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정 공유가 있었던 시점은 2014년 3월에서 4월"이라며 "부당한 방법으로 이력을 꾸며 취직하지 않았다. 2015년 1월, 한 게임회사의 모바일개발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 당시에는 게임 랭크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12월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때는 이력서에 저의 게임 최고 랭크를 '다이아 4'라고 적었다. 그 등급은 계정 공유가 아니라 제 실력으로 직접 승급해 만든 것으로, 잘못된 판단으로 실력에 맞지 않는 '다이아 5' 계정을 갖게 되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 1년 넘는 시간 동안 연습해 얻은 결과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 발표에도 논란이 지속됐지만, 정의당은 공동선대위원장인 류후보를 재신임했다. 16일(오늘) 류후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게임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류 후보는 "게임 생태계를 저해한 잘못된 행동"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게임 등급을 의도적으로 올리기 위해 계정을 공유한 행동은 아니다"라며 "저도 당시 등급이 너무 많이 오른 것을 보고, 잘못되었음을 인지해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과와 함께 부당 이득 취직은 결코 없었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는 "그 (대리게임) 계정으로 제가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그 등급으로 동아리 회장, 대리 출전, 채용, 방송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게임 유저들과 업계, 청년들의 원성을 사는 부분은 '공정성'이다. 게임업계 최초 노동자 국회의원, 청년 할당 비례대표 타이틀로 국민들 앞에 선 만큼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에서 깨끗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현재 여론은 단지, 게임 생태계를 저해시켰다는 것만으로 후보 자격에 대해 목소리를 키우는 것만은 아닌 상황으로 보인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도 총선 영입인재 2호로 원종건(28)씨를 영입했지만 도덕성 논란에 무너졌다. 원종건씨는 '미투' 논란 등 개인 신상에 대한 논란이 일자 자진 탈당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업계 종사자 출신이 국회에 들어간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며 "게임 노동자(개발자) 차원에서 개발 환경과 같은 최근 겪고 있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 성의 있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후보자가 '대리게임'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기 때문에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 제대로 된 팩트 확인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류 후보는 지난 2014년 모바일게임 회사 이노스파크에서 근무했고, 롤 게이머와 BJ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해 노조 결성을 시도하다 2018년 8월 회사를 나왔다. 그해 11월부터는 정의당 당대회 대의원, 12월부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선전홍보부장을 맡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다가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비례후보에 입후보에 청년에 할당된 1번 후보자로 선정됐다. 류 후보는 게임업계 2호 노조인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설립에 앞장선 장본인이다. 게임업계 내 '판교의 오징어배'의 불을 끌 적임자이자, 국내 게임산업을 노동자의 입장에서 대변할 유일한 후보임은 틀림없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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