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CGS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등이 잇따라 지지선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제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오는 27일로 한진칼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기에 무게가 기우는 모양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조 회장에 지지를 선언하며 ‘조원태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조원태 회장은 17년 항공맨의 노하우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개에 나서는 등 안팎으로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ISS는 지난 13일 회원사에 보낸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의결권 권고) 의견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 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고객사에 발송한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 안이 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해 찬성 투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지배구조원은 '3자 연합'의 주주 제안 후보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이들이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보탠 건 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 덕이다. ISS는 조 회장에 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은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내세워 회사 안팎으로 표심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기가 활용되지 못하자 비용 절감과 수출입 기업 물동량 운송 지원을 위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한다.

이는 조 회장의 혜안에 따른 아이디어다. 최근 조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17년 간 항공·물류 분야에 몸 담으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바 있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 취임 후에는 2017년과 2018년 2년간 10%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2018년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는 미중 무역분쟁, 한일 외교 경색 등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서도 국내 항공사 중 유일의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코로나19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 고립된 교민들의 수송을 위해 직접 대한항공 전세기에 승무원들과 몸을 싣기도 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 소통광장에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 고객, 직원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임원들과 협의해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탑승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반대진영에 선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한 약 3.8%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상태고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주장하며 연일 조원태 체제 흔들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표도 고민거리다. 

또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꼽혔던 카카오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일부 처분하며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나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으며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1% 이하로 떨어뜨렸다. 구체적인 매각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가량을 매입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가량을 추가 매집해 2%에 육박하는 한진칼 지분을 보유했었다.

카카오 측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비핵심자산을 매각했다"며 "세부 매각내역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 간 공방전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우군으로 꼽히던 카카오를 제외하면 조원태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의결권이 인정되는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지분율 6.52%),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0%) 등 총 32.45%다.

반대 진영인 3자 연합의 지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8.28%)을 더해 32.06%의 지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KCGI가 지난주 0.5%가량의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집했고, 반도건설도 0.7%가량을 추가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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