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0 도쿄올림픽 개최 4가지 시나리오
무관중 개최ㆍ가을 또는 1~2년 연기ㆍ전면 취소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도쿄올림픽 엠블럼.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공식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 도쿄올림픽 연기ㆍ취소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막일(7월 24일)은 4개월 이상 남았지만, 이달 내로 도쿄올림픽 개최에 관한 윤곽이 그려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최국 일본의 회계 및 행정 관행 때문이다. 일본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회계연도는 매년 3월이며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연도별 공식 통계도 그 해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수치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1월 1일이 중요하지만, 일본은 4월 1일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점이 된다. 일본 교육제도와 기업 인사제도 역시 4월 1일부로 변화가 생겨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결정도 그 흐름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는 크게 4가지가 꼽힌다.

◆‘무관중 개최ㆍ연기’ 모두 복잡한 셈법 필요

첫 번째 시나리오는 ‘무관중 개최’다. 일본 유력 증권사 SMBC닛코증권은 대회 취소 시 경제적 손실액을 7조8000엔(약 88조838억 원)으로 봤다. 무관중 개최를 할 경우 손실액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물론 대회 자체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했는데 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를 경우 입장 수익 증대와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모두 기대할 수 없다.

‘무관중’이라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대회 파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림픽이 진행되기 위해선 각국 선수단과 지원 인력, 세계 취재진, 중계진 등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관중이 없고 스태프들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올림픽에 관여하는 인력은 적어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 이상 규모라 대회 기간 이들 중에서 확진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다음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연기 개최’다. 9~10월로의 연기와 1~2년 후로의 연기, 두 가지 안이 있다. 올해 가을로 연기하는 경우 중계권 문제가 걸림돌이다. 조성식(60)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프로풋볼(NFL)의 개막과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 개막이 맞물리는 시기다. 가을 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 독점 중계권사인 NBC의 반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NBC는 전 세계 올림픽 중계권료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고려하면 도쿄올림픽의 가을 개최 가능성은 다소 희박하다.

2021년이나 2022년으로 연기할 경우 일정 조정과 예산의 추가 확보가 관건이 된다. 내년으로 연기하는 경우 아베 총리로선 재임 기간에 올림픽을 열 수 있어 최악의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해 7월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이 열리고 8월엔 미국 오리건 세계육상선수권, 중국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 등이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라 올림픽 일정 조정은 상당히 어렵다. 2022년으로 연기해도 마찬가지로 셈법은 복잡하다. 그 해 2월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11월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이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경우 모두 일정 조정이 지나치게 어렵고, 대회 자체의 주목도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올해 7월 개최를 위해 신축한 선수촌 아파트의 활용 문제도 불거져 나온다. 선수촌 아파트들은 대회 후 일반인들이 입주해 거주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도쿄올림픽이 1~2년 후로 미뤄질 경우 입주 조정은 물론 그 기간 내야 될 시설 관리비도 골칫거리가 된다.

다만 1~2년 연기를 위해선 한 가지 커다란 전제가 필요하다. 정관상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최국이 예정된 해에 올림픽을 열지 못할 경우 대회 개최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대회가 2021년이나 2022년으로 연기돼 열리기 위해선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새로운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

◆전격 취소돼도 크게 놀랍지 않을 분위기

마지막 가능성은 바로 대회의 취소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극복하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안팎 분위기는 미묘하게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공영방송 NHK가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22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45%)'는 응답이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을 것(40%)’이란 응답보다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아베 총리와 회담 후 트위터에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일본과 그들의 위대한 총리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많은 옵션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당초 도쿄올림픽의 정상 개최에 힘을 실었던 토마스 바흐(67) IOC 위원장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뒤 한 발 물러섰다. 바흐 위원장은 대회 개최와 관련해 “WHO의 조언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 등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만간 종목별 정상급 선수들의 대회 출전 보이콧이 잇따를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는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골프의 로리 매킬로이(31ㆍ북아일랜드), 더스틴 존슨(36ㆍ미국) 등 일부 정상급 선수들이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코로나19는 지카 바이러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고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엔 방사능 오염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어 주요 선수들이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대거 보이콧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MBC닛코증권은 도쿄올림픽 취소 시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1.4%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회를 강행하더라도 일본이 얻는 것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리하게 강행해 대회 도중 선수단 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일본은 올림픽 개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대회 개최의 열쇠를 갖고 있는 쪽은 결국 IOC다. 개최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코로나19 여파로 일본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것만큼은 사실로 판단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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