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욱.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고볼트’ 고종욱(31ㆍSK 와이번스)이 다시 한번 인생 시즌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 고종욱은 SK에 넝쿨째 굴러 들어온 복덩이였다. 삼각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해 KBO리그를 강타한 공인구 여파에도 137경기에서 타율 0.323 3홈런 56타점 76득점 31도루 OPS 0.768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타율과 도루는 팀 내 1위였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앞세워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마음껏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훈련에만 집중하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고종욱은 “작년보다 확실히 편해졌다. 작년엔 캠프에서 운동을 하기보다는, 적응을 어떻게 하느냐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냥 운동만 하면 된다. 몸이 편해진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편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비 훈련하는 고종욱. /OSEN

이적 첫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고종욱의 야구 욕심은 끝이 없다. 올해는 공수에서 더욱 단단한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취약점인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SK 외야수 중 가장 열정적인 수강생이었던 고종욱은 정수성(42), 조동화(39)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수비의 재미를 깨달았다. “예전에는 솔직히 수비가 재미없었다. 잔소리 같이 느껴져서 듣기 싫기도 했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 재미있지 않나. 야구도 마찬가지 같다. 다른 선수들보다 부족해서 그런지 코치님들이 세밀하게 가르쳐주셨다. 수비의 재미에 빠져들고 있다”고 웃었다.

타격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소폭 변화를 줬다. 장타 욕심이 커져서다. 고종욱은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는 타자지만, 뛰어난 손목 힘을 자랑한다. 연습배팅에서는 곧잘 담장을 넘긴다.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선 그립을 바꿨다. 지난해까진 일반적인 방식으로 방망이를 쥐었지만, 올해는 새끼손가락을 살짝 걸치기로 했다.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25)의 그립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방망이 무게도 870g에서 880g으로 늘렸다. 시즌에 들어가도 거의 비슷한 무게를 유지할 생각이다. 고종욱은 “도루를 좋아하지만 앞으로 나이를 먹고 스피드가 줄면 방망이로 밀고 나가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장타를 치면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장타를 의식해서 궤도를 올리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립과 무게, 방망이 스피드를 조금 더 늘리려 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욱은 올 시즌 지명타자가 아닌 외야수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타격만 잘하는 반쪽짜리 선수로 남을 생각이 결코 없다. 과거 히어로즈에서 함께 뛰었던 채태인(38)과 윤석민(35)의 합류도 고종욱에게 자극제가 됐다. “(채)태인, (윤)석민이 형도 왔고, 야수들이 더 늘었다. 작년에 잘했지만, 여전히 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라이벌이다. 외야수로 뛰어야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제가 외야수로 뛰어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고종욱은 자신만의 야구관을 정립해 가고 있다. “과거엔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시험으로 따지면 3번으로 쭉 찍었는데 반 이상 맞은 느낌이었다”면서 “저만의 무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 판단했다. 지난 시즌 저만의 것을 정립한 덕분에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잘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고종욱은 “지난 시즌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였다면, 올해는 90점 정도는 해야 한다. 야수들이 조금씩만 성적을 올리면 (김)광현이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많이 노력할 것이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