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뉴욕 양키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장. /USA 투데이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국 야구계에서 첫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정상적인 시즌 개최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급박한 위기감이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MLB)를 감싸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한 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16일(이하 한국 시각) 보도했다. 양키스 구단에 따르면 이 선수는 플로리다주 탬파에 차려진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엔 참가하지 않았으며, 14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자가 격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브라이언 캐시먼(53) 양키스 단장은 “이 선수는 13일 오전 잠에서 깨어나면서 열과 피로 증상을 호소했고 훈련에 나오지 않았다”며 “그 전날 밤에는 외출하지 않고 숙소에서 피자를 주문했다. 그때까지는 증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키스는 마이너리그 캠프를 폐쇄했고, 이 선수와 함께 훈련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도록 했다.

앞서 MLB 사무국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했고, 개막도 최소 2주 뒤로 연기했다. 사무국은 4월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74)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향후 8주간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말라고 권고한 상태다. 여기에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4월 개막은 물 건너갔다. 현실적으로 5월 말에나 올 시즌 문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16일 뉴욕포스트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MLB사무국은 전날 30개 구단에 단체훈련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시즌 단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MLB 사무국은 팀당 162경기 체제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개막이 5월 이후로 미뤄진다면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구단들은 6월 이전에 개막할 수 있다면 시즌을 치르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정규시즌 162경기를 모두 소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MLB는 선수노조 파업으로 개막이 4월 말로 연기됐던 1995년, 팀 당 경기 수가 162경기에서 144경기로 줄은 바 있다. ML 사무국이 정상 시즌을 고집하는 이유는 관중 수익과 광고 마케팅 비용, 중계권 등 여러 첨예한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선수 연봉 지급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정규시즌 경기 수가 단축되면 선수 연봉 감액은 불가피하다. 실제 1995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해당 조항에 따라 파업으로 단축된 기간만큼 11.5% 감액된 연봉을 받은 바 있다. 일부 선수들은 벌써 연봉 감액에 대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재우 본지 MLB 논평위원은 “구단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연봉 문제는 리그 차원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 경기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구단 수입이 줄어들고, 그만큼 구단에선 선수들에게 연봉을 적게 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선수노조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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