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30대 많이 찾는 미용실·룸카페 등 매출 50% 줄어
학원·병원 등 특정 사업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사람들로 붐벼야 할 강남 거리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산한 분위기다. /김창권, 이승훈, 강한빛 기자

[한스경제=김창권, 이승훈, 강한빛 기자]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상권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은 20~30대 젊은 청년들이 꾸준히 거리를 찾고 있는 곳이지만 실제 사업자들의 속 사정을 들어보면 그 피해가 생각보다 큰 상황이었다.

한스경제는 지난 13일 서울 대표 상권인 강남역을 중심으로 대표 거리에 위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이날 강남 거리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코로나19 여파에도 비교적 많은 이들이 금요일을 맞아 데이트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강남 중심가를 찾고 있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미용실이었다. 이 미용실의 경우 전달 매출표를 보여주며 3월 들어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여파가 강남에 대표적인 상업인 미용실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미용실의 경우 젊은 고객들이 다소 비싼 비용에도 최상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방문하거나 예식장이나 기타 이벤트가 있는 경우 찾는 고객들이 많지만 최근 외출하는 이들이 급감하면서 미용실을 방문하는 고객도 자연스럽게 줄게 됐다.

미용실 원장 A씨는 “코로나로 인해 방문하는 고객들이 줄고 있는 것은 사살이고 매출도 반토막으로 줄었다”며 “고객들도 방문 전부터 전화로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는지 묻거나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A씨는 “매출이 줄면서 미용사분들이 자체적으로 돌아가면서 의도치 않은 휴가를 쓰는 등 비상운영을 하고 있다”며 “또 미용실 자체적으로 방역관리에도 신경쓰고 있지만 이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만큼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사업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창권, 이승훈, 강한빛 기자

카페들도 커플 타깃은 그나마 버티지만 일반적인 음식점은 ‘시름’

이외에도 강남에는 커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연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룸카페나 이색 데이트 카페가 많은데 이들은 비교적 다른 상업에 비해 타격은 적은편이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수제 커플링 공방의 경우 한 커플이 방문해 커플링을 맞추고 있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집단감염의 우려로 개강이 연기되자 젊은 커플들이 그간 외부활동을 줄였다가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외출을 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 공방의 경우 주말에는 많으면 열 커플 이상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끄는 곳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소 고객이 줄었다. 그럼에도 3월은 개강 일정과 겹쳐 비수기임에도 고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방을 운영하는 B씨는 “작은 공방의 경우 그나마 인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등의 부담은 덜하지만 고객이 줄면 아무래도 타격은 있다”며 “강남 상권의 경우 임대료 비중이 높은데 아직까지 주변에서 임대료 할인이나 혜택을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지원과 함께 임대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소상공인 대상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료 운동’ 움직임이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 강남 상권에는 이런 모습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B씨는 “주변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매출 타격이 심각한데, 골목 상권 임대인들의 경우도 건물 하나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적인 카페와 음식점들은 외출과 외식 기피 현상이 나날이 심해지자 평소 줄을 서서 먹는 맛집들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영업시간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구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는 모습이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최근 부쩍 줄어든 손님에 한숨이 늘어났다. C씨는 “코로나 전과 비교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특히 여의도, 종로 등 오피스 상권은 고정된 유입인구와 소비층이 있는 반면 강남은 상대적으로 이 부분이 부족해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름은 영업시간 축소로 이어졌다. 골목 곳곳을 둘러보니 마감시간을 앞당기거나 영업시간 자체를 줄이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가게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운영비를 줄이고자 자체적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전반전으로 매출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하나 같이 정부에서라도 자영업자들을 위한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거나 부가가치세 등의 세제 혜택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각 상점마다 방역 대책을 위한 안내문을 설치해 놓고 있다. /김창권, 이승훈, 강한빛 기자

강남의 유명 학원·병원 등도 코로나19 여파 미쳐

청년들의 꿈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학원가가 밀집해 학구열로 유명한 강남이지만 토익 정기시험 취소와 공채 연기 등으로 한숨이 늘어난 상황이다.

취업 준비생 D씨는 "코로나19로 채용도 연기되고 토익도 미뤄져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이달 15일 예정됐던 토익 정기시험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취소됐다. 토익 주관사인 YBM한국토익위원회는 “코로나19 심각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수험자 안전과 지역 사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3월 15일 전국에서 시행 예정이었던 제339회 TOEIC 정기시험 시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D씨의 불안함은 취업 준비에만 그치지 않는다. 좁은 강의실 안에 수업을 듣는 터라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방문한 학원들 대체로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포스터를 학원 곳곳에 부착하고 학원 입구에 인력을 배치해 방열 검사를 시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학원 규모 등에 따라 방역 조치 강도는 차이가 있었다.

D씨는 "좁은 강의실 안에서 수업을 들는 터라 불안한 맘도 크지만 학원 입구에서부터 발열 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학생과 강사 모두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있어 조심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강남의 병원들과 약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강남에는 유명 성형외과를 비롯해 피부과, 치과, 안과 등이 밀집해 있다. 여러 병원들을 방문해 본 결과 평소 같으면 손님들이 많을 시간인데도 병원들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강남의 한 대형치과 관계자 E씨는 “매출은 반 이상 줄어들었다”며 “강남 다른 병원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원이나 업종별로는 차이가 있어보였다. 강남의 수술을 주로 하는 한 안과 관계자 F씨는 “약 20%정도 손님이 줄었지만 코로나19로 매출에 큰 타격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 업종별로 다른 것 같다”며 “성형외과나 피부과, 특히 신사동 쪽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는 등 매출이 반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병원과 더불어 약국들도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졌다. 강남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G씨는 “병원에 환자가 없어서 우리 역시 유지하기 힘들다”며 지난 9일부터 시행된 ‘마스크 5부제’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약사는 “마스크 5부제를 솔직히 약국에서 안했으면 좋겠다”며 “남는 것은 없는 데 욕만 듣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 H씨는 “마스크 5부제는 솔직히 심부름 하는거다”며 “카드 수수료 내고 세금 내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세금이라도 감면해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병원와 약국 관계자들은 마스크 5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일제히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비치해, 감염예방에 힘쓰고 있었다.

또한 최근 14일 이내 중국 등 코로나19 확진 환자 발생 지역을 다녀왔거나 발열 또는 기침(호흡기계증상) 등이 있는 사람들은 약국·의료기관 방문 전 미리 고지하도록 하는 등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어려움이 강남에도 지속되자 강남구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착한 임대료 운동’을 독려한 결과 참여한 강남 건물이 지난 3일 110곳에서 10일 간 2.5배 늘어난 총 28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강남구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소기업·소상공인 상담창구’를 통해 피해기업을 상담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중소기업육성 융자지원금 80억원 중 1차 모집에 29억원을 16개사에 지원 결정했다.

여기에 남은 융자지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2차 모집에도 나선다. 융자한도는 기업당 3억원 이내로 대출이율은 연 1.2% 고정 금리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만큼 조그마한 관심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권 기자, 이승훈 기자,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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