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도쿄올림픽의 출발을 알리는 성화가 그리스에서 채화됐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지구촌 스포츠 축제 올림픽이 성화 채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축제였던 예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전례 없는 전염병 확산으로 기대와 설렘보다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찌됐건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는 채화됐고, 일본은 '재건'과 '부흥'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올림픽 성공 개최라는 2020년 도쿄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사상 첫 무관중 채화…日 "일본 내 방역 이상 無"
 
성화 채화 현장엔 올림픽을 기대하는 인파는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필수 인력만 참여한 채 채화식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12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성화의 그리스 내 봉송은 단 이틀 만에 중단됐다. 그리스올림픽위원회는 봉송로에 몰리는 관중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스 봉송이 중단된 성화는 아테네 중심 파나시나이코 경기장에 임시로 설치한 성화대에서 불길을 이어가고 있다. 파나시나이코 경기장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이제 성화는 일본으로 향한다. 애초 예정은 일주일 간 그리스를 돈 뒤 도쿄올림픽조직위에 넘길 예정이었지만 그리스 내 행사가 취소 됨에 따라 성화는 일찌감치 일본에 인도된다. 채화식에 참석했던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일본 내에선 감염 확대 대응 조치를 충분히 강구해 봉송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19일 아테네에서 무관중으로 인수식을 열고 성화를 넘겨 받는다. 인수한 성화는 특별수송기 편으로 20일 미야기 현에 있는 항공자위대 마쓰시마 기지에 도착한다. 이때 항공자위대 곡예비행팀 '블루임펄스'는 하늘에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를 그릴 예정이다. 하지만 기지 도착 행사에서 애초 계획했던 어린이 200여 명이 참석한 환영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마쓰시마 기지에 도착한 성화는 26일 후쿠시마 J빌리지를 출발해 121일 동안 일본 전역 47개 도도부현(광역단체)을 순회한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도쿄올림픽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전례 없는 전염병 코로나19, 커지는 대회 취소 우려
 
7월24일 개막을 4개월여 앞둔 지금, 2020 도쿄올림픽은 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에 처해있다.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더믹)을 선언했다. 실제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 세계는 확산을 막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메이저리그, NBA 등 주요 스포츠 리그와 대회가 줄줄이 중단됐다. 
 
2020 도쿄올림픽 역시 이런 상황에서 취소 내지는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모두 "도쿄올림픽 취소나 연기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데 온도차는 있다.
 
바흐 IOC 위원장은 12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WHO가 요구한다면 도쿄올림픽 개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행 의사를 밝혔던 바희 위원장 입에서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가 나왔다. 사실상 WHO가 올림픽 취소를 먼저 요구할 가능성은 낮지만 바흐 위원장이 처음으로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도쿄올림픽 조직위 역시 비슷하다. 대외적으로 "취소나 연기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회 연기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올림픽의 운명을 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 된다.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운명은
 
도쿄올림픽의 운명은 IOC가 쥐고 있다. 물론 개최국인 일본의 입김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도쿄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개최지 변경 사례처럼 IOC가 밀어부치면 일본으로서도 이렇다할 방법이 없다. IOC는 일본의 7월과 8월, 무더위를 이유로 마라톤 개최지를 도쿄에서 삿포로로 변경했다. 
 
실제로 IOC와 일본이 2013년 9월 체결한 '개최도시협약' 역시 IOC의 결정에 따라 올림픽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서에는 '참가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거나, 위험한 상태라고 IOC가 믿을만한 근거가 있을 때 연기, 중지 등의 결정을 IOC 단독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면 IOC는 개최도시에 중지 검토를 통고한다. 이후 60일 이내에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IOC헌장 36조에 따르면 IOC와 개최국은 협약서에 나온 의무를 따라야만 한다. 5월쯤 도쿄올림픽의 취소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건은 '믿을만한 근거'다. 이 근거는 WHO가 제공한다.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지카바이러스 우려에도 올림픽이 정상 개최될 수 있었던 건 WHO의 판단 때문이다. 당시 WHO는 "올림픽으로 인한 추가 전파 위험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WHO가 4년 전과 같은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일본과 IOC는 3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무관중 개최, 연기 또는 취소. 어떤 선택을 하든 파장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알리는 성화에 불이 붙었다. 전례 없는 '바이러스의 대유행' 속에 일본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재건'과 '부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지 아니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도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는 '올림픽의 역습'에 고개를 떨굴지, 일본에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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