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영 투명성 향상" vs "과감성 결핍 우려" 의견 분분
업계 "주총 지나고 후 기업·주주 반응 지켜봐야"
산업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자투표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2020년 ‘주총시즌’의 풍경은 예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기업들이 연이어 ‘비대면 주주총회’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도도 지난해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1회성 행사에 그칠 수 있지만, 관련 업계는 이를 계기로 경영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주주총회 온라인 중계’와 ‘전자투표제도 도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자투표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것이 눈에 띈다. 그간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도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대목이다.

전자투표제도는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가 올해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자투표 행사 인증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전자투표제 도입이 활발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전자투표 도입도 보다 수월해졌다.

삼성전자도 올해 처음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주주들에게 이를 이용한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액면분할로 주주가 늘어난 것이 표면적인 배경이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과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셀트리온 등이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진행하거나 확대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참여를 늘리고 있다.

전자투표제도 확대는 주주들에겐 오랜 숙원이었다. 기업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이 경영 참여는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이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전자투표에 대한 수요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해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게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기업의 경영에서 일부 주주와의 의견차이 발생은 경영의 걸림돌이 될 위험도 있다.

롯데 그룹은 유통가 중 유일하게 전자투표제도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변수가 발생했지만 사전 준비 없이 단기간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등은 특수관계인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전자투표제도를 경험한 기업과 주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는 경영 투명성 향상 등 경영문화 개선 차원에서 필요하다”라며 “전자투표 활성화는 분명히 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각 기업과 주주들이 처한 현실에 따라 받아들이는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이번 주총시즌 이후 기업과 주주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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