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 일각에선 부작용 우려도
"대출 규제 여전해 집값 변동 크게 없을 것"
한은의 사상 첫 제로금리 결정에 경기 활력 기대와 더불어 우려도 제기됐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 황보준엽, 조성진 기자]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 각국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17일 코스피는 2.4% 넘게 하락했다. 1670대까지 추락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긍정적인 조치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금융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바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금리 인하로 시장 진정 쉽지 않을 듯

전날 한은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5%p 내린 0.75%로 인하했다. 사상 첫 '제로금리'를 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위축이 우려되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을 줄이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사안의 본질상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에 당장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돈을 푼다고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임시 금통위를 소집하고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다. /연합뉴스

제로금리가 오히려 가계 부채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가계부채)은 160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년동기 대비 34조9000억원, 일반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2조9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동기 대비 57조8000억원 증가한 1504조4000억원, 카드사·백화점 등에서 사용한 판매신용 잔액은 5조6000억원 늘어난 9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넘게 급증하며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대출은 7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은 자사 상품의 여·수신금리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수신금리를 바로 0%대로 낮추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42포인트(2.47%) 내린 1672.44로 마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아직은 위기가 커지는 추세여서 국내 금리 인하만으로 경기 회복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며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우리 주가만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조치는 경제주체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며 "경기개선 기대감이 형성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997.10포인트(12.93%) 하락한 2만188.52로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970.28포인트(12.32%) 하락한 6904.59로 장을 마쳤다. S&P500 역시 324.89포인트(11.98%) 내린 2386.13으로 마감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 부동산 시장은 큰 영향 없을 듯

‘제로 금리’가 되면 대출 문턱이 낮아지게 되고, 여기서 나온 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으로 흘러가 주택가격에 자극을 주기 십상이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금리인하 후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 만큼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강력한 대출규제가 시행 중인 데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됐다고 부동산으로만 유동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금리인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시중에 돈을 풀어 투자나 소비 등을 활성화 시키는 경기부양 방법 중 하나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 시중자금은 생산적인 부문 보다는 '안전자산' 격인 부동산에 쏠리는 경향이 크다. 결국 금리인하는 시장을 자극시키고,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금리인하가 집값과 반비례 구도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 만큼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은 이자 부담 경감, 레버지리 효과가 기대되기 보다는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장기적으로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비규제 지역에는 일부 자금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비규제 지역에선 금리 인하가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가 주택에는 대출규제가 있으니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비규제지역의 경우 수요가 밀려들어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투자수요 보다는 실수요들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도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금리인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향후 코로나가 진정된 후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진다면 비규제지역의 집값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대차 시장에는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낮은 금리로 이자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아무래도 금리가 낮으니 돈을 쟁여둬 봐야 돌아오는 이익도 적을테고 그러면 월세나 반전세 매물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보준엽 기자 hbjy@sporbiz.co.kr

조성진 기자 seongjin.cho@sporbiz.co.kr

황보준엽, 조성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