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안방극장이 여풍으로 물들었다.

김혜수, 김태희, 김서형, 조민수 등의 여배우들이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러브라인을 위해 존재하는 서브 격의 주연이 아니라 극의 중심을 이끄는 한 축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며 전체적인 서사를 이끌어가고 있다. 형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 직종을 특유의 카리스마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섬세한 감정표현까지 밀도 있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 김서형 VS 김혜수 VS 김태희 VS 조민수

김서형은 SBS 월화극 '아무도 모른다'로 컴백했다. '아무도 모른다'는 과거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경계에 선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쓰앵님'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서형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자 지상파 첫 단독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극 중 김서형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 1팀 팀장으로 18살 때 단짝 친구 수정을 성흔 연쇄살인 사건 희생자로 잃고 트라우마가 생긴 인물 차영진으로 분한다. 남성 배우들의 주요 무대였던 강력반 형사를 김서형만의 섬세한 카리스마로 그려내고 있다. 윽박지르거나 욕을 하는 등 장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눈빛으로 담백하게 감정을 드러냈다.

김혜수는 SBS 금토극 '하이에나'에서 돈을 위해서는 부정한 결탁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정금자로 분한다. tvM '시그널'에 출연한 이후 줄곧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었던 김혜수가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하이에나'는 머릿속엔 법을, 가슴속엔 돈을 품은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어떤 상황에서도 클라이언트를 법정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변호사들의 치열한 고군분투기를 김혜수만의 능청스러움으로 잘 풀어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더불어 여러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김혜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능글맞은 캐릭터의 설정, 적절한 로맨스가 더해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태희 역시 김혜수와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2015년 방영한 SBS '용팔이' 이후 5년 만에 tvN '하이바이, 마마!'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공백기 동안 출산과 육아에 전념했던 김태희는 아이 한 번 안아보지 못한 아픔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고스트 엄마 차유리로 분한다. 실제의 모성애를 드라마 속에 진하게 녹여내며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멜로연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색다른 변신을 엿볼 수 있다.

조민수는 tvN '방법'에서 강한 신기로 진종현(성동일)을 보필하는 의문의 여인이자 무당 진경으로 분한다. 인물 자체가 모든 게 베일에 감춰졌다는 설정을 갖고 있어 조민수의 연기 또한 신비하다. 지금까지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조민수의 독보적인 카리스마가 브라운관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더불어 드라마이지만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한다는 호평에는 조민수의 섬뜩한 연기가 큰 몫을 했다. 7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 엇갈린 성적

김서형, 김혜수, 김태희, 조민수 등 여러 작품에서 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여배우들의 안방극장 복귀가 쏟아지고 있다. 이전과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전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카리스마로 시청자들 곁에 돌아왔다.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들의 복귀작이기 때문에 드라마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점차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이에나'는 14일 방송된 8회가 시청률 12.5%를 넘으며 인기를 증명했고 16일 방송된 '아무도 모른다' 5회는 시청률 9.8%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하이바이, 마마!'는 15일 방송된 8회가 시청률 5.4%에 머무르며 작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고 '방법' 역시 16일 방송된 11회가 시청률 4.8%를 기록하며 좀처럼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하이바이, 마마!'와 '방법'의 경우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와 비교했을 때 케이블 편성이라는 차별점이 있어 시청률만을 놓고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마니아층만 형성되어 있을 뿐 큰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 다양한 시도와 도전 필요

예전과 비교해 여러 드라마에서 여배우들의 입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관계자는 앞으로 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더해져야 흥행을 입증할 수 있을 거라고 의견을 모았다.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 재력가 연인을 만나 인생 역전에 성공하는 신데렐라 캐릭터로만 여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광역수사대 팀장, 변호사, 무당까지 더욱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 캐릭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흥행성이 검증된 여배우들이 연달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입지가 높아진 만큼 드라마 속 캐릭터도 그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며 "전문직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초반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캐릭터에 성별을 제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드라마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드라마도 점차 변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견을 더했다.

사진=OSEN, 각 드라마 포스터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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