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회견…법정 보장 휴식시간도 이용 못해
18일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는 쿠팡의 배송시스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최근 쿠팡 소속 배송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한 것과 관련, 쿠팡의 살인적인 배송 업무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을 폭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쿠팡이 법정근로시간 준수와 직접고용 계약형태를 강조하며 이미 충분히 좋은 조건의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입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직접 고용된 쿠팡맨 1인에게 할당된 평균 물량은 56.6개였지만, 2017년 12월에는 그 개수가 210.4개로 3.7배 늘어났다. 2020년 3월의 물량은 2019년 8월 대비 22%나 증가했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문제와 별개로 업무 강도 자체가 살인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쿠팡이 당일 배송시템인 로켓배송에 이어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를 도입하고 코로나19 여파로 가구당 배송물량이 증가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맨들은 휴식시간 조차 가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쿠팡 비정규직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찬호씨는 “쿠팡맨들은 업무 과다로 법으로 보장되는 휴식시간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회사는 하루 근무시간에서 한 시간씩 자동으로 급여를 차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량압박에 출근 시간보다 조기 출근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쿠팡은 이를 방치하고만 있다”라고 설명했다.

18일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는 쿠팡의 배송시스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변세영 기자

이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5일 한 쿠팡맨 A씨는 최대 배송 간격이 채 13분을 넘지 않았다. 사실상 휴게시간을 하나도 갖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14일부터 29일까지 쿠팡지부에서 실시한 온라인 휴게시간 설문조사에서도 약 73%가 휴게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노조는 현재 쿠팡이 배송에 도입하고 있는 ‘직무급제’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조씨는 “쿠팡이 일반 쿠팡맨의 75% 수준의 업무량을 소화하는 라이트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들은 배송 물량이 할당량을 넘어서도 수습해지 및 재계약을 이루기 위해 참고 일한다”라고 설명했다. 할당량 이상을 배송할 때 인센티브가 있긴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기존 노멀 쿠팡맨과의 임금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쿠팡 내 계약직, 라이트, 노멀, 정규직 등 다양한 종류의 잡레벨 형태가 쿠팡맨들의 업무 강도를 더욱 악화시키고 무한경쟁 구도를 조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지난 12일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배송 노동자 김모씨가 배송업무를 하던 중 경기 안산의 한 빌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쿠팡에 입사한 김씨는 현장 업무에 투입돼 배송 업무 트레이닝을 수행하고 있던 중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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