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고.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콘텐츠 찾기에 혈안이 된 모양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가는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반해 OTT 서비스 등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넷플릭스 국내 유료가입자가 올해 2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콘텐츠를 향한 거침없는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디즈니 떠나자 지브리 품은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스티리밍 중인 지브리 스튜디오 '이웃집 토토로' 스틸./지브리 스튜디오 제공.

넷플릭스는 그동안 디즈니의 콘텐츠를 수급해왔다. 그러나 디즈니는 자체적인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하며 넷플릭스를 떠났다.

지난 해 11월 출시한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는 2860만 명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 수인 1억6000만 명인 5분의 1이 안 되지만 제공 국가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넷플릭스 독주 체제를 위협할 만하다.

위기의식을 느낀 넷플릭스는 디즈니 못지않은 타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팬층이 두터운 지브리 스튜디오와 콘텐츠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전세계 190여 개국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노노케 히메’ ‘마루 밑 아리에티’ ‘고양이의 보은’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 21개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브리는 그동안 온라인에 작품을 공개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런 지브리가 넷플릭스와 판권 계약을 체결한 건 거대한 자본 유입 탓이다. 도쿄스포츠를 비롯한 외신들은 넷플릭스가 지브리와 계약을 성립하기 위해 ‘조’ 단위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스포츠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니혼테레비 관계자의 입을 빌려 “공식적으로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1작품 당 100억 엔이라는 말이 있다. 총액으로 2000억엔(한화 약 2조 320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다”라며 넷플릭스와 지브리의 계약 규모를 알렸다.

지브리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막대한 제작비가,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의 힘이 필요했고 그렇게 계약은 성립됐다.

넷플릭스가 판권 계약을 위해 공을 들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인기 콘텐츠 상위권에 안착해있다. ‘고양이의 보은’ ‘마루 밑 아리에티’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수치 공개 꺼린 넷플릭스, TOP 콘텐츠 순위 밝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 포스터./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큰 변화는 지브리를 품은 것만이 아니다. 원칙 상 콘텐츠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은 넷플릭스가 최근 실시간 차트를 반영한 한국의 TOP 콘텐츠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물론 조회수는 아니지만 콘텐츠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방식이다. TV 시청률 집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2분 이상 신청했을 시 조회수를 수집해 익일 공개한다.

국내에서는 오늘 한국의 Top 10 콘텐츠, 오늘 한국의 Top 10 TV 프로그램, 오늘 한국의 Top 10 영화 등 3가지로 분류해 공개 중이다.

사실 상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한국 자체 제작 콘텐츠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TOP 10 콘텐츠, TOP 10 TV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1위에 오른 ‘킹덤’을 제외하고 2위 ‘이태원 클라쓰’, 3위 ‘하이바이, 마마!’, 4위 ‘슬기로운 의사생활’, 5위 ‘하이에나’ 순이다.

아직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보다 한국 자체 제작 콘텐츠가 인기 있다는 것을 가늠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순위를 공개한 것은 향후 콘텐츠 수급에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역시 국내 사용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라며 “TOP 10 콘텐츠들은 트렌드를 좇는 국내 시청자들의 성향에 어울리는 지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TOP 10 콘텐츠를 노출시킬 시 특정 콘텐츠만 빛을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콘텐츠가 화제가 되면 빛을 보지 못하는 콘텐츠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곧 타 콘텐츠가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장려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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