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강연기에 대학가 상권 매출 급감
임대료 할인해주는 건물주 속속 등장
배달 및 포장 이벤트로 위기 극복하기도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대학가 상권이 흔들리자 ‘착한임대료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신여대, 경희대, 건대입구역 거리 모습/사진 권이향 기자

[한스경제=권이향 기자] 경희대, 성신여대, 건국대 등 서울 주요 대학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강을 2주 연기한데 이어 모든 강의를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진행키로 해 학생들로 꽉 차야 할 캠퍼스가 텅 비었다.

향후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개강특수’를 기대했던 대학가 상인들은 울상이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학가를 찾는 이들이 뜸해지자 ‘착한 임대료’ 운동에 참여하는 건물주들이 속속 등장하며 대학가 소상공인들의 무거운 짐을 나누고 있다.

◆ 20대 여성들의 ‘핫플’ 성신여대, 경기불황에 코로나19 덮치면서 적막감 감돌아

강북권의 대표 여대 상권으로 손에 꼽히는 성신여대 입구역은 기자가 찾은 지난 12일 오후 길거리에서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예년과 같았으면 점심시간 인파로 북적이던 식당과 카페 등은 썰렁했다.

성신여대 입구역은 근처 성신여대와 성신여고를 비롯한 중·고등학교가 다수 있고, 성북구청과 서울시 성북구의회 등의 관공서도 위치해 청소년부터 20~4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파스타 전문점, 카페, 패션 잡화점, 화장품, 옷가게 등이 밀집돼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개학·개강이 미뤄지고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메인거리인 성신여대 입구역 1번 출구부터 골목길까지 방문객이 감소했다.

성신여대입구역 인근 유타몰도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단축 운영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임대문의라고 써붙인 빈 점포도 찾기 어렵지 않았다.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감소한 것 같다”며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고객들도 눈에 띄게 줄어 전년보다 매출이 30% 감소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B씨는 “2월 개강 전 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방문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았지만 올해에는 거의 전멸 수준”이라며 “성신여대 입구역 근처에서 창업을 하기 위해 문의하던 예비 창업자들의 문의도 거의 끊겼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건물주들이 속속 등장했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2~3개월 간 20~30%의 임대료를 할인하는 건물주들이 나왔다.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통 큰 임대인도 있었다.

네일샵을 운영 중인 C씨는 “최근 건물주가 2개월 간 임대료를 30% 할인해주겠다고 말했다”며 “계속된 불황에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처하자 이에 공감해주는 건물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관련 안내문을 설치한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사진 권이향 기자

◆ 유동인구 줄었지만 배달 서비스로 매출 방어…매장 소독 하는 매장 증가

보릿고개와 다름없는 겨울방학 비수기를 버틴 경희대 상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직격탄을 맞았다.

개강이 연기되면서 개강총회,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 뒤풀이 자리가 자취를 감춘 탓이다. 대학가 상권에서 1년 중 가장 바쁜달로 통하는 3월임에도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상인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D씨는 “경희대 학생 이외에도 인근에 여러 대학교가 위치해 학생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지만 학생 의존도가 높다보니 지금 같은 시기에는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메인거리에서 폐업으로 공실이 된 곳은 많지 않지만 골목에선 간간히 공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먼저 임대료를 할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동산에 문의하는 건물주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임대료에서 50만원 빼주는 경우부터 월세의 30%를 할인해주는 임대인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코로나 감염 우려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고객이 증가하자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매장 상시 소독 및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안내하는 점포들도 여럿 있었다. 또 배달이나 포장고객이 증가했다.

떡볶이 전문점을 운영 중인 E씨는 “점심시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거의 반토막 수준이지만 배달 앱으로 주문하는 고객이 평소보다 증가해 배달 이벤트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 방문 장려를 위해 배달이나 포장 할인 이벤트를 하는 가게도 쉽게 찾을 수 있다./사진 권이향 기자

◆ ‘불야성’ 건대 입구역,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유동인구 확보

건대입구역은 지하철 2호선과 7호선 환승역뿐만 아니라 건국대학교가 위치해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추고 있다. 특히 대학가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강남 접근성이 좋아 강남 출퇴근 직장인들도 흡수해 서울 동부권 최대 상권으로 떠올랐다.

이곳 역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평소보단 방문객이 감소했지만 여타 다른 대학가 상권에 비해 유동인구를 여전히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메인 상권인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 맛의 거리에는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삼삼오오 모여 있거나 고기집, 술집 등을 찾았다.

다른 대학가 상권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공실도 찾기 힘들었다.

일본 음식점을 운영 중인 F씨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전년보다 저녁 매출이 20% 감소했지만 메인거리에 위치한 점포 중에서 매출 타격이 크지 않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인근 상인들은 지하에 위치한 노래방이나 환기가 힘든 구조인 당구장 등을 찾는 이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교포 등이 운영하고 있는 마라탕 집이나 중국집 역시 발길이 끊겨 매출이 급감했다.

족발 집을 운영 중인 G씨는 “다른 상권에 비해 유동인구가 급속도로 줄지는 않았지만 워낙 임대료가 비싼 편이어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건대입구역 메인거리도)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삼겹살 가게 사장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3개월 간 10%정도 할인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상권 전체에서 착한임대인 운동이 시작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학생들이 주로 찾는 다른 대학가 상권에 비해 건대입구역은 아직 눈에 띄게 유동인구가 줄지 않아 임대료 할인이 소극적인 것 같다”고 했다.

권이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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