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N 등 가격 급등, 한달새 2배 이상 올라
항공, 여행, 자동차 등 전통적 유가하락 수혜주 코로나19로 타격
LG화학, 한화솔루션, 삼성SDI, 두산퓨얼셀 등 에너지전환 관련 기업 주목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관련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제 유가가 사상 최악의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저유가 시대'의 개막을 전세계에 알렸다. 주요 산유국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당분가 원유 감산에 따른 유가 반등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유가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저유가 시대의 투자 대안 찾기에 나섰다. 국내 증시에선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급등세가 이어졌으며, 유가 하락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과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코덱스 WTI원유선물 인버스, 타이거 원유선물 인버스 등 증시 상장 금융상품들은 이날 모두 전일대비 10% 전후 가격이 급등했다.

이들은 국제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들로, 상당수 종목이 이달 들어서만 2배 가량 올랐다.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의 경우 이달에만 155% 이상 가격이 급등해, 1만565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0%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던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이달에만 무려 136% 가량 급등했다.

최근 국제 유가의 급락세와 함께 이들 인버스 상품의 가격은 그야말로 폭등세를 보였다. 인버스 상품은 투자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방향과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원유 인버스 상품은 원유 가격이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단기간에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원유 인버스 상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면서 "이미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오른 만큼 차익실현 매물도 나오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들이 많지만, 이미 유가가 많이 떨어진 만큼, 상당한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섣부른 추격매매는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18일(현지시간) 국제 유가는 하루 사이 24% 폭락하며 18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대비 배럴당 6.58달러(24.4%) 떨어진 20.37달러에 장을 마쳤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의 최저가이자, 역대 3번째 하락폭이다. 지난달 말 44.76달러에 거래됐던 WTI 가격은 불과 20일도 안돼 반토막 났다.

전날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WTI 가격이 배럴당 22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WTI 가격은 하루 만에 이미 골드만삭스의 전망치를 하회한 상태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지금의 저유가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 내 과잉공급 우려가 단기간내 해소될 가능성 낮아 국제 유가는 배럴당 23~40달러 사이의 저유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주요 산유국이 증산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4월을 지나며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수요 둔화 우려가 완화되며 유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수요 개선에도 (원유의) 과잉공급 우려는 해소되기 어려워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수혜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 전통적 저유가 수혜주인 항공과 여행, 자동차 등 업종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화학과 2차전지 등 에너지 전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란 조언도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세계는 지금 원격 회의 및 재택근무를 대규모로 시험하고 있으며, 이는 이동수요 변화를 촉진할 전망"이라며 "원유 수요의 60%는 이동과 관련한 수요인데,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는 연간 원유 수요가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각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LG화학과 한화솔루션, 삼성SDI, 두산퓨얼셀 등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저유가 시대의 투자처 찾기에 나섰다./픽사베이 제공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