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이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더 길게 방랑자 생활을 했던 LG 트윈스가 잠실에 입성했다.

LG 류중일(57) 감독 등 코칭스태프 16명과 선수 38명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LG 선수단은 오랫동안 홈인 잠실구장을 떠나있었다. 1차 전훈 호주 시드니 캠프와 2차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고 지난 7일 조기 귀국한 LG는 이후 지난 17일까지 2군 훈련장인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사실상의 ‘3차 캠프’를 진행하며 50일에 걸친 대장정을 소화했다.

오랜 만에 홈 구장으로 출근한 LG 선수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권고 사안에 따라 예외 없이 중앙출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한 뒤 입장했다. 이날 구장에 출입한 구단 관계자와 취재진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발열 체크를 하고 문진표를 작성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따라 선수단 이동 반경과 취재 구역 구분, 취재진의 선수단 개별 접촉 금지 등도 실행됐다. 취재진과 감독, 선수는 2m 이상 거리를 두고 인터뷰를 했다.

류중일 LG 감독이 취재진과 거리를 두고 인터뷰 하고 있다. /LG 제공

LG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간격을 두고 캐치볼을 했다. 이후 야수들은 타격 훈련과 수비 훈련을 소화했고, 투수들은 불펜 피칭을 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강풍이 불어 쌀쌀한 날씨였지만, 선수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에 집중했다.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류 감독은  "이천에서 열심히 준비했고, 잠실에 왔으니 청백전 보다는 두산, SK, 키움 등 수도권 팀들과 빨리 연습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집중력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코로나19 여파로 개막 날짜가 미정인 것에 대해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하기 힘들 것”이라며 “빨리 개막 날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아직 입국하지 않은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이상 31), 로베르토 라모스(26) 등 외국 선수 3총사에 대해선 “일주일 내로 왔으면 좋겠다. 이제 한국이 미국보다 안전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LG는 외국 선수들의 조기 입국을 추진하고 있다. LG관계자는 “선수들과 의논 중이다. 구단에선 예정된 날짜보다 일찍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상태다. 항공편을 구하면 예정보다 일찍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박용택. /OSEN

현역 선수로 마지막 스프링캠프를 치른 뒤 잠실로 돌아온 최선참 박용택(41)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3차 캠프를 치렀다. 지난 50일 동안 50~60명의 똑같은 얼굴을 매일 보면서 좀 지친 기분도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대부분 선수가 좀더 여유 있게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저도 몸은 긴장감 있게, 정신적으론 여유 있게 준비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박용택은 지난 2002년 LG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18번의 시즌을 보냈다. 올해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저에게 경기 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좋은 성적이 더 의미가 있다"며 "건강하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개막은 늦춰졌지만 시즌을 안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추위를 많이 타서 개막이 늦춰진 게 더 좋을 것 같다. 지금도 날씨가 추운데 어느 정도 풀리고 하는 게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1년이 넘는 재활 기간을 소화한 우완투수 김지용은 “17일 이천에서 첫 청백전에 등판했는데 무실점을 기록해 만족스러웠다. 구속도 141㎞까지 나왔다. 몸 상태는 90% 정도인 것 같다"면서 "잠실에는 1년 6개월 만에 왔는데 그리 낯설지는 않아서 오히려 좋다.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팬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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