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인 투자자들, 삼성전자 주식 한달 넘게 순매수...주가는 연일 하락
증권가, 삼성전자 실적 둔화에 목표가 하향...주가 조정 길어질 수도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450원(5.70%) 오른 4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묻고 더블로 가!"

2006년 개봉된 영화 '타짜'의 유명한 대사 중 하나다. 도박판에서 자신이 지자 판돈을 누적해서 2배로 걸고 다시 도박을 하자는 의미로 사용됐다.

최근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에서 문득 과거 타짜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일명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 가격은 연일 하락 중이다.

◆ 개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사랑, 한달 넘게 순매수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월 17일부터 이날까지 연일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4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만1500원에서 4만5400원으로 추락했다. 전날 장중엔 4만23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마나 전날 장 마감 이후 우리 정부와 미국이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5.7% 가량 급등, 4만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된 말로 "물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사랑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가격 반등과 함께 삼성전자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스마트폰과 TV, 디스플레이 등 다방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인 만큼 코로나19라는 외부요인으로 인한 주가 급락은 오히려 매수기회란 평가다.

실제로 증권사 영업지점이나 PB센터 등을 통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크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수억에서 수십억대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큰손 투자자는 물론 소액 투자자들도 삼성전자로 몰려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한산했던 영업점이 며칠 전 대기 고객들로 북적여 깜짝 놀랐다"면서 "최근 증시가 예상보다 더 크게 급락하면서 이를 10년 만에 오는 투자기회로 여기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일 뿐만 아니라 국내 시총 1등의 대표 종목이라 삼성전자를 매수하려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뿐만 아니라 비대면 계좌 개설을 통한 온라인, 모바일 주문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20~30대 젊은 고객들의 투자가 늘면서 신규 주식계좌와 고객 예탁금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 증권가, 삼성전자 실적 둔화에 주가 조정 길어질 수도

반면 이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사랑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가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조정과 목표주가 하향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이외 지역의 코로나19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 유럽의 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이라며 "디램(DRAM) 반도체 가격의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2분기 중 또는 여름께 가격 흐름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스마트폰, PC 수요의 붕괴를 상상한다면 당연히 비관적 시나리오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해 4분기 엄청난 규모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었다"며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메모리 이익 하락폭이 커지면서 분기 이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결국은 돌아올 메모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분할 매수는 유효한 전략"이라며 투자의견 '보유'를 제시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6만3000원으로 제시하며, 기존보다 6%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줄곧 상향해 왔던 증권가에서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나온 것은 약 1년 만의 일이다.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키움증권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3000원에서 6만3000원으로 13.7% 하향조정했으며, 한국투자증권 역시 기존 목표가 보다 6.6% 낮춘 6만4000원을 새롭게 제시했다. 

한편,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폭이 그리 크지 않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 수준이 기대만큼 저렴하지는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 1월 저점에 비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아직도 20% 가량 올라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주가 수준이 그리 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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