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신한은행의 WKBL 경기가 열렸던 마산체육관 모습. /W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19-2020시즌의 중도 종료를 선언하면서 우승팀은 자력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 놓고 있던 아산 우리은행 위비로 결정됐다.

WKBL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올 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PO), 챔피언결정전 등 잔여 일정을 모두 종료하기로 했다"며 "지난 9일 경기를 끝으로 나머지 일정은 재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SK핸드볼 코리아리그와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가 지난달 시즌을 도중에 끝낸 전례가 있지만,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리그 가운데 코로나19 탓으로 시즌 도중에 종료를 선언한 건 WKBL이 처음이다. 지난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가 시즌 개막 후 우승팀을 결정하지 못하고 도중에 종료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앞서 ‘뒤늦은 중단’으로 비판 받았던 WKBL

이번 결정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앞서 WKBL은 뒤늦은 리그 중단으로 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WKBL은 당초 지난달 21일부터 관중 없이 경기를 치러왔다. 무관중 경기를 두고는 ‘선수단과 스태프, 중계진 등이 많아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비판의 수위가 높아진 건 지난달 29일 한국농구연맹(KBL)의 리그 중단 결정 이후였다.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던 KBL이 전주 KCC 이지스 선수단이 묵은 호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같은 날 숙박한 사실이 드러나 리그 중단 결정을 내렸을 때도 WKBL은 리그를 강행했다. 때문에 WKBL을 향해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야 리그가 중단될 것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WKBL은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뒤늦게 리그 중단(10~24일)을 결정했다. 당시 “선수와 관계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무관중 경기로 진행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지 않고 선수단이 장기간 외부와 격리돼 발생하는 문제로 리그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와 관계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뒀다면 보다 빨리 리그 중단을 선언하고 코로나19의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했던 터라 아쉬움이 남았다. 정규리그 종료도 팀당 2~3경기가 남았고 우승 팀도 결정되지 않았던 애매한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중단은 음모설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성금 전달 등으로 의미 더한 결단

WKBL은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국내 프로스포츠들 가운데 가장 먼저 결단을 내리며 앞선 실수를 만회했다. WKBL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세계적 확산이 갈수록 심해지고, 경계를 강화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미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구단들 이견 없이 시즌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신인 드래프트 등에 연동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단된 시점의 순위를 준용 근거로 삼을 계획이다"라고 현재 순위가 최종 순위가 된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1위를 달리던 우리은행(21승 6패)은 2위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20승 8패)를 따돌리고 올 시즌 정상에 우뚝 섰다.

물론 잔여 시즌을 치르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외에 다른 문제들도 존재했다. WKBL은 "23일로 예정된 학교 개학이 4월 6일로 미뤄졌고, 체육관 임대와 총선 일정 등도 고려했다"며 "선수들도 최근 2주간 리그가 중단돼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리그 회원사인 6개 구단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한국 대표 금융기관들인 점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WKBL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선수 시즌 계약 등이 마무리되는 6월 이후 상황이 허용한다면 스페셜한 이벤트를 구상할 계획이다"라며 "PO 등에 걸려 있던 상금은 선수들 전체 이름으로 코로나19 관련 성금으로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조해 의미를 더했다. 이어 "향후 이런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에 대한 세밀한 규정을 보완해 어떤 상황에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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