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구안 마련하며 마른수건 짜고있지만 한계... 업계, "정부지원 3천억은 턱없는 금액"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1층 입국장 국제선 도착 안내판이 비어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 곳곳에 시름이 깊어지자 항공업계가 자구안을 통해 위기 타개에 나서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형항공사(FSC) 역시 불확실성에 대응하고자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 없이는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 이스타항공은 내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김포·청주·군산∼제주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다. 앞서 일본 정부의 입국 규제로 지난 9일부터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국내선 운항까지 멈추며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했다.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비행기를 띄우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국적 항공사 중에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을 모두 접는 건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국제선 운항을 멈춘 LCC는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이다. LCC 가운데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인천발 도쿄, 오사카), 진에어(인천발 세부, 조호르바루)뿐이다. 대형항공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 국제선은 기존 124개에서 83% 이상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의 3월 둘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13만84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1.7% 급감하며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6조30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악화일로에 빠지자 항공사들은 마른 수건 짜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19로 공항에 발이 묶인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이용한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국내 수출입 기업 지원을 위해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낸 데 따른 조치다.

수수료 면제를 내걸고 고객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항공권 사전 구매율을 높여 고객 확보는 물론 유동성에 숨통 트이기를 위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30일까지 구매하는 국제선 전 노선의 항공권에 대해 예약 변경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지난 18일 이후 출발하는 항공권이 대상으로, 항공권 유효기간 내에 일정을 변경할 경우 1회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10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대해 환불 위약금 면제 또는 여정 변경으로 인한 재발행 수수료 1회 면제를 시행하며, 제주항공은 10월 25일까지 출발하는 모든 항공권에 대해 취소 위약금 또는 변경 수수료가 없는 '안심보장 캠페인'을 진행한다. 국내선 항공권 취소 위약금 면제는 국내 항공사 중 제주항공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대규모 결항 등이 이어지자 진에어는 인공지능 기반의 채팅 프로그램인 챗봇 서비스에 항공운항확인서 전송 및 이티켓 재발송 기능을 추가 도입했다. 항공운항확인서 발급 요청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고객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정부가 LCC를 대상으로 3000억 원을 수혈하는 긴급지원방안을 내놓고 운수권·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 전면 유예와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을 제시했지만 당장 유동성 위기에 놓인 항공사는 채권 발행 시 정부의 지급 보증과 자금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적 항공사들은 지난 19일 회의를 열어 해외 정부의 항공사 지원 사례를 공유하고 우리 정부에 추가 지원 필요성을 건의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다. 

건의안에는 항공사 채권 발행시 정부(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동성 위기로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조원, 아시아나항공은 8500억원가량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조달하고 있다. 미래에 들어올 항공운임 등의 매출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왔던터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향후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더불어 정부가 3000억원의 유동성을 수혈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지원 자금 규모를 더 늘리고 지원 대상도 FSC를 포함한 국적 항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건의안은 조만간 국토교통부 등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하루하루 상황이 나빠지다 보니 단기적 수혈과 해결책 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동성 지원과 실효성 있는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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