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트럼프, 세제혜택 통해 매년 500개 리쇼어링기업 유치
관련법 시행 이후 67곳만 국내로 복귀...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1곳 뿐
한국과 미국의 유턴기업 현황 비교. /그래픽=이석인 기자 silee@sporbiz.co.kr

[한스경제=권혁기, 김창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리쇼어링 정책으로 연평균 482개의 기업을 미국 본토로 복귀시키고 있다. 리쇼어링(Reshoring)은 제조업체가 생산시설을 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자국으로 복귀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국내 신규고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활성화 효과가 매우 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유턴기업이 신규 고용한 인원은 그해 제조업 전체 신규 고용 중 55%(8만1886개)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애플에서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2만2200여개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GM 1만3000여개, 보잉사 7700여개 등을 새로 창출했다.

미국은 더욱 많은 유턴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최대 35%에서 일괄 21%로 평균을 높이면서 모든 기업이 세제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 해외수익 송금시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서도 기존 35%에서 10%로 인하했으며 상속세 면제 한도도 560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신규규제 1건당 기존 규제 2건을 폐지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시행, 규제를 철폐함으로서 유턴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미국이 본토로 기업들을 다시 복귀시키기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과 지원방안이 도출됐지만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기업복귀 혜택이 미미한 실정이다.

23일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유턴법 시행 이후 올해 1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총 67곳이다. 이들은 중국에 가장 많은 62개에 달하는 공장을 짓고 전자, 주얼리, 자동차 등 제품을 생산하다 국내로 들어온 기업들이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고, 대기업은 지난해 중국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울산으로 들어온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8일 울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중국에 동반 진출했던 5개 부품사와 함께 국내로 복귀해 이곳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연합뉴스

노조 분규와 주52시간 근무제, 가장 큰 걸림돌

국내에 생산기지를 복귀하지 않는 기업들의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사업장을 설치하면 각종 규제와 인건비 등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주52시간 근무와 함께 강성 노동조합의 분규를 걱정해 국내 복귀를 꺼리는 기업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코트라 국내복귀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 국내복귀를 실시하는 기업(대•중소•중견)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대 7년간 50~100% 감면해 준다. 반면 인건비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신규 고용에 대한 인건비(최대 720만원) 일부를 2년간 지원하는데 그친다.

제조기업들이 국내 생산보다 해외 생산을 중요시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꼽힌다. ▲물류 ▲부품수급 ▲부지 임대료 ▲인건비 ▲제반 시설 등이다.

제조업의 경우 장치 산업은 사람이 직접 투입이 돼서 조립하는 자동차, 가전제품, 기계 등이 가장 큰데 제품 생산에 있어서 인건비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제품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제품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뒤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인건비 상승이란 문제 외에도 근로 조건 역시 주 52시간 제도 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 질 수 있고, 국내에서는 젊은 인력들이 생산현장에서는 근무를 꺼리는 현상도 여전해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부품수급 역시 현지에서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받는 것보다 각 지역에서 공급받아 생산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평가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다른 부분으로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다”며 “공장을 짓고 나서도 토지 비용 임대료, 제반 비용 등 제품의 재료비에 해당 되는 비용 역시 국제 경쟁이 있어서 한국이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각 지역별로 나눠진 지자체에 따라 공업용수나 전기설비 등을 받아 오는데 규제가 심하고,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코트라 유턴지원팀 관계자는 "최근 부산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 한곳이 베트남에서 다시 부산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며 "법 개정 이후 몇몇 기업들이 유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수의 업체들이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12월 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준공 축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美 고관세 정책으로 현지공장 유리

대표적으로 미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는 이런 규제보다는 주 정부 차원에서 넓은 공장 부지에 대한 임대료나 물류 창고로 이용 가능한 도로 등 제반 시설에 대한 것들을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제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인도 등 글로벌 지역에 제조업체들이 생산공장을 지어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류 환경이다”며 “제조업의 특성상 제품을 생산해 그 지역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신규 출시된 제품을 매장에 바로 전시해야 하는데, 제품이 큰 경우 국내에서 생산하면 해외 배송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나 세탁기, TV 등 제품이 큰 경우 비행기보다는 배를 이용한 컨테이너로 수출해야 하는 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품을 많이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미국의 경우 수입제품에 대한 고관세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해당 지역에서의 제품 생산이 유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유턴 촉진기관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Harry Moser) 회장은 전경련을 통해 “근본적으로 한국과 달리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구조를 가진 미국이 한국보다 리쇼어링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리 모저 회장은 한국이 유턴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유턴 실적에 대한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DB관리 ▲국내기업의 해외공장 문제점 조사•기록 ▲숙련된 제조업 노동인력 관리 ▲제조업체에 TCO 산출 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경련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유턴기업 성과 저조, 해외투자금액 급증, 외국인직접투자 감소를 모두 관통하는 하나의 이유는 국내 기업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 등의 체질 변화를 이뤄야 유턴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국내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 국제협력팀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시행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유턴기업 수는 연평균 10.4개로 미미했다. 2019년에는 16개, 올해는 2월 기준으로는 3개사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권혁기,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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