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위비 감독 단독 인터뷰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위비 감독. /WKBL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명장’의 요건 중 하나는 팀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것이다. 위성우(49) 아산 우리은행 위비 감독에게 2019-2020시즌은 ‘도전의 시간’이었다. 리그 최고의 포워드였던 ‘레전드’ 임영희(40ㆍ현 우리은행 코치)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결국 우승을 이뤄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리그를 중단했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20일 이사회에서 사상 초유의 ‘시즌 중도 종료’를 결정하면서 갑작스럽게 정규리그 우승 감독이 됐다. 우리은행은 이날까지 리그 1위(21승 6패)를 달리고 있었다.

◆‘은퇴’ 임영희 공백을 잘 메워준 선수들

6년 연속(2013~2018년) 리그 지도상을 수상했던 여자프로농구 현역 최고 명장인 위 감독은 22일 본지와 단독인터뷰에서 “임영희의 은퇴로 시즌 전 부담이 많이 됐다. 올 시즌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주장 박혜진(30)과 김정은(33), 박지현(20) 등 선수들이 임영희가 없는 상황에서 부담을 가지면서도 집중해줬다. 한 발씩 더 뛰며 임영희의 공백을 잘 메워줬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난 시즌엔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좋지 못했는데, 올 시즌 합류한 그레이(27경기 평균 18.37득점 12.3리바운드)는 우리와 잘 맞았고 잘 해줬다”고 부연했다.

박혜진은 27경기 평균 14.74득점 5.1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김정은은 25경기 평균 11.00득점 3.6리바운드 2.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승장구를 이끌었다. 지난해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로 꼽히며 우리은행에 입단한 박지현은 시즌 27경기에 출전해 평균 8.37득점 5.6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특급 유망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위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이 결정난 날을 떠올렸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시즌이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나왔다. 어떻게 될까 계속 생각했는데 정말 종료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챔피언결정전을 대비해 미리 훈련을 하고 있었다. 좋은 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챔프전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끝이 났다. 그래서 허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물론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정규리그 우승을 하게 됐다. (사회 분위기가 좋지 못하지만) 팀 내부적으론 우승이라는 결과를 좋게 생각하자며 잘 마무리했다”고 털어놨다.

위 감독은 WKBL의 발표 직후 시즌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선수단과 미팅을 진행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선수 그레이의 환송회를 겸해 선수들과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위성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WKBL 제공

◆5일 KB전이 사실상 챔프전

위 감독은 “올 시즌엔 국가대표팀 일정으로 3~4회 정도 리그 휴식기가 있었다. 빼곡한 일정이 아니라 긴장감은 예년보다 덜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리그가 중단됐을 때도 대표팀 일정에 따른 휴식기의 연속인 것 같이 느껴졌다”며 “그런데 막상 시즌이 이렇게 끝나니 시원섭섭한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5일 2위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전(54-51 승)이 사실상 챔프전에 가까웠다”고 말을 건네자 위 감독은 “맞다”며 웃었다. “남은 3경기를 치르고 정상적으로 시즌이 종료됐어도 우승을 거뒀을 것 같나”라고 질문하자 “어차피 한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었다. 남은 상대팀들이 앞서 많이 이겨봤던 팀들이었다. (속단하긴 그렇지만) 세 경기 중 한 경기는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여자프로농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평소 성격이 유순해 선수, 관계자, 미디어와 두루 잘 지내지만 코트 위에선 누구보다 승부욕이 넘치는 감독이다”라고 위 감독에 대해 평가했다. 위 감독은 훈련 때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한다. 그는 “(지도) 스타일이 그렇다. 선수들은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그들에게 ‘힘든 부분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선수들은 저와 8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다. 힘들게 훈련하면서 좋은 성적이 나지 않으면 제 지시를 따르기 쉽지 않겠지만, 성적이 잘 나오니깐 잘 따라와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승 청부사’인 그에게 지도 철학을 물었다. 위 감독은 “특별한 것은 없다”고 웃으며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게 철학이다”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 뛰게끔 주문한다. 대충 뛰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임무다. 선수들이 힘들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그런 부분을 가장 싫어해서 그렇게 되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위 감독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시즌 중 많이 걱정되고 불안했다”며 “시즌이 중도에 종료되고 우승이 확정되면서 선수들을 얼른 집으로 돌려 보냈다. 숙소에서 오래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집단 감염이 될 수도 있는데, 시즌이 끝나면서 바로 집으로 향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위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는 “훈련이 힘들었던 만큼 선수들도 잘 쉬어야 한다. 시즌 내내 에너지를 많이 썼기 때문에 휴식으로 보충을 해야 한다. 저도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는 푹 쉴 계획이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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