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모레퍼시픽, 미국 비건 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과 파트너십 체결
LF 아떼, 비건 아이섀도 및 선케어 출시...오는 2025년 비건 메이크업 시장 26조 추산
LF 아떼가 선보인 아이섀도 신제품 어센틱 폴 인 아이즈 / 아떼 제공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소비에 윤리적 가치를 더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비건’ 열풍이 거세다. 이제 비건은 음식을 넘어 패션과 코스메틱에도 활발하게 적용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동물실험과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라인이 확대되고 있다. 비건은 자신의 신념이나 건강을 이유로 식단에 엄격한 채식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과 같이 동물에서 추출한 재료까지 엄격히 거부하고 오직 채소나 과일, 콩 등 식물성 재료만 섭취하는 사람을 뜻한다.

본래 비건은 주로 식품과 연관돼 왔지만, 최근엔 그 경계가 확대되면서 뷰티분야 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글리세린이나 꿀, 달팽이 액, 마유 등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동물성 글리세린은 공기 중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로 보습을 위한 원료로 사용됐고 달팽이 피부에서 채취한 점액질인 달팽이 액은 피부재생을 위한 재료로 이용돼왔다. 비건 화장품은 이 같은 동물성분 대신 식물세포 배양액, 곡물·식물 추출물 등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글로벌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 '아워글래스' / 아워글래스 SNS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를 내세워 동물 실험도 진행하지 않는다. 제품의 기능을 시험하고자 토끼나 쥐 등에 화장품을 바르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립스틱 전문 브랜드 악시올로지(Axiology), 이엘에프 코스메틱(ELF Cosmetics), 아워글래스(Hourglass), 호주 유기농 메이크업 브랜드 이니카 올가닉(Inika Organic)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 비해 국내 비건 코스메틱 시장은 그 규모가 작았다. 비건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을뿐더러 세계 최대 코스메틱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이 동물실험 정책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입 화장품 제품 및 기능성 제품에 대해 행정 허가 시 동물 실험 수치를 요구한다. 국내 화장품 업계 수출액은 지난해 63억달러(7조 9000억)로 연평균 34.9% 씩 수직상승 중이지만 중국에 약 40%를 의존하다 보니 자연스레 비건 제품의 경쟁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19년 1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미국의 비건 화장품 아워글래스를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입점 3개월 만에 면세점에서 매출 60억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인 ‘밀크 메이크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영업을 확대한 바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비건 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 밀크 메이크업 SNS

자체적으로 비건 화장품 브랜드를 만든 기업도 생겨났다. LF는 자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론칭하며 비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떼는 스위스 화장품 원료 연구소 ‘미벨’과 공동 연구개발로 기초케어 제품에 머물던 비건 화장품을 ‘색조’로 카테고리를 넓혔다. 이들은 비건 화장품 검증 기관인 프랑스 ‘이브’의 인증 절차를 거쳐 국내 최초 비건 아이섀도와 비건 인증 선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브랜드 론칭과 함께 출시한 비건 립스틱 ‘어센틱 립밤’은 준비한 물량보다 소진이 빨라 예약판매 후 수차례 리오더를 진행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아떼 관계자는 “기존 고가의 비건 뷰티 브랜드와는 다르게 품질에 (가격)접근성까지 좋아 고객 반응이 긍정적이다”라면서 “최근 채식으로 시작한 비건이 옷이나 뷰티 쪽에서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비건뷰티 시장은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미닝아웃’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면서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은 취향을 넘어 가치소비에 힘이 실린다. 소비자들이 환경보호, 공정무역, 채식 등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을 소비에 담아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0년 중반부터 연평균 6.3%씩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208억 달러(26조 830억)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5만명 수준이던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150만명이다. 이중 가장 엄격한 채식 단계인 비건 인구는 약 50만명에 달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비건 시장 규모가 2018년 이후 매년 평균 9.6%씩 성장해 오는 2025년 240억600만달러(약 29조71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코스메틱 관계자는 “비건화장품은 동물 테스트를 금지한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지역을 필두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도 마니아층 점점 더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덩달아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 등 해외 진출도 활발해질 것”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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