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한스경제=송진현] 지구촌에 메가톤급 쓰나미를 몰고 온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3월들어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한창이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금융은 25일, 신한금융은 26일 각각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두 금융지주의 이번 주총 최대 안건은 회장 연임여부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과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나란히 연임에 도전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손 회장과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 지분 7.71%를 보유한 2대 주주이고 신한금융은 9.38%의 지분을 보유한 1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손 회장과 조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다며 사내이사 선임 반대표 행사를 예고했다. 손 회장은 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조 회장은 과거 채용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우호지분이 탄탄해 손 회장과 조 회장은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CEO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사인지 따져볼 일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여기에 투자 기업의 법령 위반이 포함되면서 이번에 반대표 행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손태승 회장

하지만 우리보다 십수년 앞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적극적 주주활동이 주가의 장기적인 상승이나 경영성과의 향상에 도움을 준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내부 효율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서지만 오히려 기업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주총을 점검해 보자. 손 회장은 1년 전 우리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CEO로 선임돼 지주사 체제의 큰 그림을 그리고 겨우 기초 정지 작업만 했을 뿐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그를 낙마시킨다면 우리금융은 시간만 낭비할 것이 뻔하다. 특히 손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이끌어내 법률적으로 징계가 적절했는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조 회장도 3년여의 지난 임기 중 신한금융을 리딩 금융사로 이끌며 한 단계 점프시켰다. 장기 비전을 마련해 놓은 것도 있어 향후 3년은 더 회장을 맡아야 더 많은 경영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비리건과 관련해서도 대법원까지 법률적인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법률적인 리스크가 있다면 법률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경영에까지 간섭하며 감놔라 배놔라 해서는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2018년 주주로서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으나 이사장과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권의 의지에 따라 재벌 혹은 거대 금융사 개혁의 명목으로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이 이번 두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이 주주가치 증대에 부합하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기업들에게 뭔가 보여주기식의 인기영합적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결코 국가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연금 사회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두 금융지주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한스경제 발행인>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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