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역대급’ 순위 싸움이 펼쳐진 2019-2020 프로농구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프로농구가 1997년 출범 이래 이후 24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종료하게 됐다.

KBL은 24일 오전 8시 KBL 센터에서 이사회를 개최해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를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남은 정규시즌은 물론 플레이오프 모든 일정도 열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이로써 20일 여자프로농구(WKBL), 23일 프로배구에 이어 이날 남자프로농구까지 시즌을 종료하면서 국내 겨울 프로스포츠는 모두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예견된 결과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집단감염 위험이 큰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을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강조하면서 실내 체육시설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WKBL과 프로배구가 시즌을 일찍 끝내기로 한 것도 KBL에 영향을 미쳤다. 애초 리그 재개 시점을 더 연기하는 것도 고려했던 KBL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사상 초유의 리그 조기 종료를 선택했다. KBL은 “‘코로나 19’가 국내외적으로 확산세가 멈추지 않은 상황이고, 범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 특별 대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수단 및 관계자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올 시즌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BL로서는 코로나19가 야속할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는 올 시즌 내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총 관중 수, 평균 관중 수와 시청률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며 농구 인기가 부활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에 리그가 조기에 종료되면서 좋은 흐름이 끊긴 모양새가 됐다.

시즌이 조기 종료됨에 따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졌다. 타이틀스폰서와 주관 방송사의 손해분에 대한 보상을 논의해야 한다. 자유계약선수(FA), 인센티브 등에 관련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KBL은 25일 사무국장 회의를 열어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을 이어갔던 팀들도 아쉬움이 크다. 치열한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펼쳤던 원주 DB·서울 SK·안양 KGC인삼공사와 시즌 막판까지 6강 싸움을 했던 부산 KT·서울 삼성·울산 현대모비스는 찜찜한 결말을 맞았다.

최종 순위는 시즌이 중단된 시점의 승률로 정했다. 리그 중단 전까지 나란히 28승 15패(승률 0.651)를 기록한 DB와 SK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KGC인삼공사(26승 17패)가 3위로 뒤를 이었다. 

2020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추첨 순위는 정규경기 10위~7위(각 16%), 5위~6위(각 12%), 3위~4위(각 5%), 1위~2위(각 1%) 순으로 추첨 확률을 정했다. 정규경기 시상식은 개최하지 않으며 해당 부분에 대한 시상은 별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KBL은 정규경기(1위 ~ 3위) 및 PO 우승 상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각 구단 협력업체 종사자 지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 시즌 정상 종료일을 고려해 심판, 경기원, 판독관, 분석관을 대상으로 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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