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997년생, 이듬해부턴 올림픽 자력 출전 불가
김학범 감독이 이끈 올림픽대표팀은 1월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AFC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7월로 예정된 제32회 2020 도쿄하계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회를 1년 뒤에 치르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한국 축구에도 비상이 떨어졌다. 나이 제한이 있는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구성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학범(60)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만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주축이 된다. 올림픽 전 종목 중 남자축구만 유일하게 U-23으로 나이 제한을 둔 특수성이 이 같은 배경에 자리한다. 김 감독은 2018년 3월 U-23 대표팀에 부임해 도쿄행을 위한 로드맵을 짜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2020년에 올림픽 출전 최대 연령인 만 23세가 되는 1997년생 선수까지 마지노선으로 잡고 대표팀 발탁 기회를 줬다. 이후 이 선수들을 핵심으로 성장시켰다.

올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당시 한국의 23인 명단 중 1997년생은 절반에 가까운 11명이었다. 특히 주전 멤버인 맹성웅(FC안양), 송범근(전북 현대),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이동경, 원두재(이상 울산 현대), 김대원, 정승원, 정태욱(이상 대구FC)이 모두 이 연령대 선수다.

올림픽이 1년 뒤로 연기된다면 김학범호 최종 명단 합류 가능성이 큰 1997년생 선수들은 나이 제한에 걸려 와일드카드(만 24세 이상 선수 3명을 발탁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 이상 도쿄 땅을 밟지 못한다. 뜻밖의 타격이다. 와일드카드를 제외했을 때 김학범호 ‘완전체’로 평가 받던 AFC U-23 챔피언십 대표팀 내 절반가량을 이듬해 올림픽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불상사가 벌어질 위기에 직면했다.

AFC U-23 챔피언십엔 함께하지 못했지만 최종 명단 합류가 유력한 같은 나이대 최고의 재능 백승호(SV 다름슈타트 98) 역시 1997년생이다. 자력 발탁이 물 건너간 이들은 와일드카드에 들기 위해 선배들과 또 다른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올림픽 연기가 확정되면 김학범호는 지금부터 1년 반이 조금 안 되는 기간 1998년생을 마지노선으로 ‘새 판 짜기’에 돌입해야 한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팀을 구성해야 한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이야기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김학범호 또 다른 주축 세대인 1998년생 또는 그보다 어린 선수들(1999~2001년생)이 성장할 시간을 1년이나 버는 기회가 된다. AFC U-23 챔피언십 대표팀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조규성(전북 현대)을 포함해 측면 수비수 김진야, 윤종규(이상 FC서울), 중앙 수비수 이상민(서울 이랜드 FC) 모두 1998년생이다. 1살 위 형들과 함께 김학범호를 이끈 주역이다. 2020시즌 K리그1에서 22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 혜택을 받는 연령이므로 1년 전보다 더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다.

아울러 1999년생인 오세훈(상주 상무), 엄원상(광주FC),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2군)도 1년간 기량을 갈고닦는다면 김학범호에 큰 힘이 된다. 2001년생 이강인(발렌시아 CF)도 발탁 기대를 받는 선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지 못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지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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