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간 유지해 온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접고 1년 연기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결국 2021년으로 1년 연기됐다. 강행 의지를 천명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전 세계로 퍼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백기투항했다. 124년 올림픽 역사상 전염병으로 올림픽이 연기된 건 2020도쿄올림픽이 처음이다. 앞서 1916년 베를린대회, 1940년 도쿄대회, 1944년 런던 대회는 모두 세계 1, 2차대전으로 취소됐다. 1980년 모스크바대회는 냉전 보이콧으로 서방권 국가들이 대거 불참하며 반쪽짜리 올림픽에 그쳤다.

◆ 아베의 고집 꺾은 코로나19

아베 총리는 24일(이하 한국 시각)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화상회담에서 올림픽을 1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고, 바흐 위원장이 전면적으로 동의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주장했던 아베 총리지만 '예정대로 강행 땐 불참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도쿄올림픽 연기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한 직후에도 "일본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OC와 협력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전 세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의 프로스포츠 리그와 이벤트가 줄줄이 중단되고 올림픽 예선마저 기약 없이 취소 되거나 연기되면서 올림픽 연기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급기야 캐나다와 호주, 영국, 독일, 노르웨이, 브라질, 콜롬비아, 슬로베니아 등의 올림픽위원회는 "올해 올림픽을 강행한다면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1년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IAAF 는 IOC, 국제축구연맹(FIFA)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기구에 속한다.
 
전 세계의 빗발치는 요구에 결국 아베 총리는 올림픽 1년 연기를 선택했다. 코로나19가 아베의 고집을 꺾은 셈이다.

도쿄올림픽은 저주 받았다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실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연합뉴스

◆ 말이 씨가 된 올림픽 40년 저주설

2020 도쿄올림픽은 전쟁이 아닌 '전염병'으로 올림픽이 연기된 첫 사례다. 공교롭게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실언이 현실이 됐다. 아소 부총리는 최근 올림픽과 관련해 "40년마다 문제가 생겼다"며 "저주 받은 올림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계올림픽은 40년 주기로 홍역을 치러왔다.
 
일본은 1936년 아시아 최초로 1940년 동•하계올림픽 개최권을 모두 손에 쥐었다. 하지만 1년 뒤 일으킨 중•일전쟁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까지 겹치면서 대회를 열지 못했다. 전쟁을 일으킨 국가에서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을 열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로부터 40년 뒤 미국과 소련의 이념전쟁이 거셌던 냉전시대의 정점이던 1980년에 열린 모스크바대회는 서방국가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했다.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전염병으로 1년 연기됐다.
 
지금까지 예정했던 올림픽이 취소됐던 사례는 모두 세 차례다. 1916년 베를린올림픽은 1차 세계대전으로 연기됐다. 이후 애초 1940년 도쿄에서 열리려던 대회는 중•일전쟁으로 개최지가 핀란드 헬싱키로 변경됐지만 1939년 터진 2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다. 이후 1944년 런던올림픽도 전쟁으로 무산됐고, 전쟁이 끝난 1948년 열렸다. 1924년부터 시작된 동계올림픽 역시 2차대전 때 두 번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올림픽은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이후 4년마다 한 번씩 열렸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여름 대회와 2년 간격을 두기 위해 2년 만에 열린 게 유일한 예외다. 2021년 도쿄올림픽은 124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홀수 해에 열리는 올림픽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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