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현역 최고령 선수인 빈스 카터. /NBA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현역 최고령 선수인 빈스 카터(43ㆍ애틀랜타 호크스)에게 ‘2001년 5월 21일(이하 한국 시각)’은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다. 토론토 랩터스 소속이었던 그는 이날 열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2000-2001 동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7차전에서 마지막 점프슛을 놓치며 87-88, 1점 차이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생애 첫 콘퍼런스 결승 진출이 좌절된 순간이다.

카터는 농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었던 이 경기 직전 모교인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구설에 올랐다. 경기가 패배로 끝나자 적지 않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10월 NBA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난 날을 돌아보며 “(지금 같은 상황에 놓여도) 똑같은 행동을 다시(the same way again)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덩크왕’에서 ‘3점슛의 달인’이 되기까지

약 5개월 전 인터뷰는 카터를 온전히 보여준다. 승부처에서 숱한 클러치 샷을 꽂으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때도 있지만, 그는 농구를 인생의 최우선이나 전부로 여기진 않는다. 어쩌면 그러한 생각이 NBA에서 장수한 요인일 수도 있다.

카터는 22시즌째를 맞은 올해 은퇴를 한다. 그는 12일 뉴욕 닉스와 홈 경기를 치르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리그 중단 소식을 들었다. 연장 종료 19.5초를 남기고 코트에 투입됐고 13.4초를 남기고 3점슛을 던져 림을 갈랐다. NBA 개인 통산 2290번째(역대 6위) 3점슛 성공이었다.

1998-1999시즌 NBA 데뷔해 압도적인 득표로 신인상을 수상한 카터는 2000년 슬램덩크 콘테스트 챔피언에 올랐다. 비공식 서전트 점프가 조던과 같은 109.3cm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창 시절 배구 선수 생활을 했던 터라 점프력과 신체 컨트롤 능력이 일품이다. 같은 덩크를 하고, 비슷한 높이를 뛰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카터의 공중 동작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데뷔 시절 퍼스트스텝에 이은 돌파나 덩크 능력에 비해 3점슛과 미들레인지 점퍼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부단히 약점을 보완해 2년 차 때부터 3시즌 연속 3점슛 성공률이 약 40%(40.3-40.8-38.7)를 오르내렸다. 토론토 시절(1998~2004년) 이후 뉴저지 네츠(2004~2009년)에서 뛸 땐 슛 레인지가 더 향상돼 3점슛 라인 약 1m 밖에서도 서슴없이 슛을 던졌다. 운동 능력에 의존하던 모습을 씻고 점퍼와 패스 위주의 플레이로 꾸준히 진화했다.

◆햄버거도 입에 대지 않았던 ‘자기관리’

이후 올랜도 매직(2009~2010년)과 피닉스 선즈(2010~2011년), 댈러스 매버릭스(2011~2014년), 멤피스 그리즐리스(2014~2017년), 새크라멘토 킹스(2017~2018년)를 거치며 롤 플레이어의 임무도 수행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까지 NBA 역사상 처음으로 네 번의 ‘10년대(decade)’를 경험한 카터는 선수 말년엔 3점슛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선수가 됐다. NBA에서 그보다 더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선수들은 레이 앨런(2973개ㆍ역대 1위)과 레지 밀러(2560개), 스테판 커리(2495개), 카일 코버(2437개), 제임스 하든(2296개) 5명뿐이다. 대부분 역대 최고의 3점 슈터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농구전문가인 손대범(40) 점프볼 편집장은 카터에 대해 “점프력이 굉장한 만큼 착지할 때 (무릎 등) 충격도 많이 받았을 텐데 출전 경기 수(1541경기ㆍ역대 3위)가 엄청나다”며 “근육 운동과 체중 관리 등을 잘 해온 것 같다. 식습관 관리도 마찬가지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 음식, 몸에 해가 될 만한 음식들은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물은 엄청 많이 먹었으며 시즌이나 비 시즌 때도 같은 체중을 유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카터는 공교롭게도 사상 초유의 직장폐쇄로 시즌이 기존 82경기에서 50경기로 축소됐던 1998-1999시즌에 데뷔해 코로나19 사태로 잔여 경기 취소 위기에 놓인 올 시즌 은퇴를 한다. 향후에라도 잔여 경기가 열려 그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다. 12일 뉴욕과 경기 연장 종료 직전 던진 3점슛이 그의 NBA 마지막 3점슛은 아니길 바라 본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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