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급락과 함께 스팩(SPAC)이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상장사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비상장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은 대부분 공모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증시 상장을 보다 쉽게 하는 한편,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 소액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내 자본시장에 도입됐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의 수는 총 57개다. 스팩은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코스닥 시장에 총 177개 스팩이 신규상장 됐으며, 이 중 40개가 상장폐지됐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선 스팩 제도 도입 초기인 2010년에 3개의 스팩이 신규상장 됐으나 2012년 모두 상장폐지 된 이후 신규상장이 전무한 상태다.

스팩은 최장 존속기간이 3년으로, 존속기간 만료 6개월 이전에 합병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는 경우 관리종목 지정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된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에 성공하지 못하고 상장폐지될 경우 초기 투자금과 3년 간의 이자를 지급해주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나쁘지 않는 투자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량 비상장기업과 합병에 성공할 경우, 합병 이후 증시 상장에 따른 주가 상승 차익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대다수의 스팩 주가는 공모가인 2000원을 상회했다. 하나금융11호스팩은 전일대비 170원(8.17%) 오른 2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에스비아이스팩 역시 2.92% 가량 상승한 2470원에 마감됐다. 이 외에도 IBKS제7호스팩, 신한제4호스팩, 한국제7호스팩 등 대부분 스팩의 주가가 2000원을 넘어섰다.

이들 스팩의 주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달 중순께 급락세를 보였던 교보7호스팩은 한때 87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20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사흘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도 장 초반 11% 이상 강세를 보였으나 장중 차익실현 매물과 함께 소폭 하락, 1355원에 마감됐다.

한편, 한국M&A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스팩의 합병 추진 건수는 총 115건으로 이 중 79건(68.7%)이 합병에 성공했다. 반면 36건(31.3%)의 합병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합병 실패 사유는 합병상장예비심사 철회가 19건(52.8%), 한국거래소 합병상장 예비심사 미승인 11건(30.6%), 주주총회 합병 부결 2건(5.6%) 등이다.

한국M&A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의 M&A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 사전준비 불철저, 대상회사 선정 미숙, 존속기간에 쫓긴 무리한 합병 추진 등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스팩의 원활한 합병을 위해선 중소·벤처기업 M&A중개 전문회사 등과의 정보 교류나 협력을 통해 합병 상대기업을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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