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③] 코로나19로 붕괴된 산업생태계, 정부가 회복시켜야
[긴급진단③] 코로나19로 붕괴된 산업생태계, 정부가 회복시켜야
  • 권혁기, 김창권 기자
  • 승인 2020.03.26 07:00
  • 수정 2020-03-26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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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조업 투자 80%가 미국에 집중... 국내 떠난 기업, 글로벌 유목민 전락
재계, “경제활력과 규제개선에 한 목소리”... 반 기업 정서 탓에 기업생태계 붕괴
그래픽=이석인 기자
그래픽=이석인 기자

[한스경제=권혁기, 김창권 기자] 코로나19로 국내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와 부품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자재와 부품이 없어서 이른바 ‘셧다운’으로 공장가동을 멈춰 세운 곳도 있다. 기업의 생산중단은 곧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생산활동을 통해 자금이 회전해야 하는데 활동이 중단되면 자금경색은 불 보듯 뻔하다. 자금경색이 이뤄지면 이내 구성원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한두 곳의 기업이 4월 중 위기에 봉착한다는 루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해외공장 생산분을 국내로 가져와 위기를 돌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쟁력을 키운다는 이유로 생산시설 대부분을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이 이미 많기 때문이다. 
설사 국내로 되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현지 국가보다 한국은 인건비는 몇 배에 달하고 각종규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우리기업들을 ‘옴짝달싹’ 못하고 코로나19가 조기에 종식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들은 국내로 복귀를 망설이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우리 기업이 국내복귀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먼저 멈춰 섰던 ‘세계의 공장’ 중국에 이어 최근 우리 기업들이 전략시장으로 진출한 인도시장마저 셧다운이 현실화됐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미국, 유럽에 이어 전략거점 인도까지 코로나19에 멈춰 정부의 우리 전략산업에 대한 규제철폐가 시급하다. 한국을 떠난 기업이 국내에 잘 갖춰진 인프라를 벗어 던지고 중국과 인도 등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면서 유목민처럼 떠돌고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투자를 줄이고 국내로 유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시장경제 체제를 복원하고 민간주도의 경제활력 시스템을 갖춰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재계는 입을 모은다.

최근 재계는 경제활력과 규제개선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8대 분야 30개 규제개선 과제’를 제시하면서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20개 신산업 규제개선 과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국회에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서’를 제출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이 직접 나서 한 목소리로 특단의 대책을 건의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들 단체들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직접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기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간접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기업의 회귀를 돕고 있는 주요국가들이 예외 없이 법인세 인하, 신산업 규제 혁파,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 유턴 활성화 등 친 기업·친 시장 정책을 구사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규제를 속히 완화해 달라는 경제단체들의 요청인 셈이다.
 
인도까지 공급망 중단에 우리기업 직격탄

중국에 이어 공급망 중단사태가 불거진 인도는 우리 기업 중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중요 전략시장으로 꼽아 선점해 왔던 지역이다. 인도는 13억 명에 달하는 풍부한 노동력과 소비시장을 한꺼번에 갖춘 우리 기업들의 전략투자 시장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피할 수 있는 생산거점으로 각광받아 왔다.

유럽시장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생산라인과 글로벌 휴대폰 생산시설, 가전 TV생산라인, 철강재 생산을 위한 제철소까지 우리 기업들의 인도내 생산기반이 전부 멈춰선 셈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위치한 노이다 공장은 연산 1억대 물량의 스마트폰을 생산해 온 전략기지다. 삼성전자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임을 감안하면 3분의 1 가량의 공급이 중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에 이어 현대차도 연산 70만대 규모의 첸나이공장도 가동이 중단됐다. 이는 현대차 전체 생산물량 17%에 달하는 물량을 소화하고 i10과 i20 등 유럽전략차종이 생산되는 글로벌 거점까지 멈췄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주요 중간재 생산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국내기업들도 잇따라 셧다운의 비상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세계의 공장' 중국의 주요 중간재 생산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국내기업들도 잇따라 셧다운의 비상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픽=이석인 기자

 
해외투자 80%, 美에 집중

지난해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규모가 사상 처음 6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설비투자가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연간 및 4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규모도 183억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3.8% 증가했다. 이중 글로벌화에 따른 대형 인수합병(M&A)과 전기차·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시설투자가 해외에서 이뤄지면서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

전제 제조업 투자액 중 80%에 달하는 147억7000만 달러가 미국에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으로 해외로 나갔던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기반을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유치를 위해 세금감면을 비롯한 각종 유인책을 펼쳐 해외기업에 성공했다..
 
국내 산업생태계 붕괴, 산단 가동률 74%에 그쳐

글로벌 주요국이 해외에 나갔던 기업에 대해 세금 감면 등 각종 유인책을 펴는 사이 한국은 오히려 법인세를 인상하면서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높아지는 임금체계에 주52시간까지 도입되면서 생산거점으로서의 한국은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 장벽으로 옭아맨 결과로 국내로 되돌아오는 기업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눈을 돌리는 기업들로 인해 산업생태계와 성장동력이 잇따라 붕괴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평균 74.5%에 그쳤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수도권 산업단지들도 가동률이 6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제 셧다운 /그래픽=연합뉴스
세계 경제 셧다운 /그래픽=연합뉴스

기업들은 이러한 생태계 붕괴가 정부의 정책 부재를 손꼽는다. 국내로 유턴을 요청해도 ▲과도한 인건비 상승 ▲후진적 노사관계에 따른 잦은 파업 ▲반(反) 기업에 치우친 정책기조 ▲세금부담 증대 등이 기업들을 옥죄는 대표적 사례라고 입은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그동안 우리 기업이 거쳐온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복합적”이라며 “국제적 이동제한에 따라 생산기반이 있는 지역에 기업인들이 방문할 수 없는 애로사항을 정부 당국도 깨달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항공 등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도 당장의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놓였다”며 “코로나 여파가 지속되면 기업은 물론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