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주디’(3월 25일 개봉)는 ‘오즈의 마법사’의 영원한 도로시로 불린 故(고) 주디 갈랜드의 마지막 무대를 그린다. 익히 알려진 무대 위 화려한 주디의 모습 뿐 아니라 그의 고단한 삶을 다루며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주디’는 할리우드 레전드 주디 갈랜드(르네 젤위거)의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화려했던 마지막 런던 콘서트를 담은 영화. 르네 젤위거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는 주디의 어린 시절과 현재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영화 구조와 달리 특정 순간들을 조명한다.

주디는 어린 시절 스타덤에 오른 순간부터 또래에 맞는 생활을 하지 못한다. 마음대로 먹을 수도, 놀 수도 없는 그에게 삶은 너무 혹독하다. 화려한 모습과 달리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디는 어른이 되서도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곤 한다.

영화 '주디' 리뷰./

화려한 황금기를 지나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는 주디지만 인생의 비극을 피하지 않고 맞선다. 천부적인 재능과 달리 그의 운명은 야속하기 그지없지만 무대 위에서 주디는 언제나 희망을 노래한다. 구부정한 어깨와 거북목으로 마지막 무대에서 명곡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열창하는 주디의 모습이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르네 젤위거는 주디 갈랜드에 빙의한 듯한 연기를 펼친다.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삐쩍 마른 몸과 거북목, 엉거주춤한 걸음걸이 등 실존인물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르네 젤위거는 주디 갈랜드의 얼굴형에 맞추기 위해 코 보형물을 붙이기도 했다.

겉모습 뿐 아니라 주디 갈랜드의 불안했던 내면을 드러내는 연기도 일품이다. 사람의 애정과 관심이 끊임없이 필요했던 주디. 그 누구보다 외로웠던 삶을 연민을 자아내는 연기로 표현한다.

실제로 르네 젤위거는 역할에 대해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엄청 대담해 보이는 도전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그녀가 떠나가고 그녀의 이야기를 50년 뒤에 말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지난 누군가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주디 갈랜드의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주디의 특정 순간을 따라가는 영화인만큼 틈틈이 서사에 빈틈이 보이기도 한다. 주디의 삶을 영화화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맥이 뚝 끊기는 전개가 눈에 띄는 점이 아쉽다. 러닝타임 118분. 12세 관람가.

사진=퍼스트런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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