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을 박수로… GS칼텍스 메레타 러츠의 코리안드림은 ‘해피엔딩’
의구심을 박수로… GS칼텍스 메레타 러츠의 코리안드림은 ‘해피엔딩’
  • 이상빈 기자
  • 승인 2020.03.26 17:04
  • 수정 2020-03-2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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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러츠 역대 최장신으로 V리그 입성
시즌 전체 득점 2위 오르는 놀라운 활약 펼쳐
25일 한국 생활 마치고 고향인 미국 휴스턴행
GS칼텍스 kixx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 /KOVO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GS칼텍스 kixx 메레타 러츠(26ㆍ미국)는 올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외국인 선수다. 206㎝ 큰 키를 활용한 타점 높은 공격과 탄탄한 블로킹을 바탕으로 팀의 정규리그 2위를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러츠의 한국 무대 입성은 순탄치 않았다. 키가 너무 커서 오히려 여러 지도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차상현(46) GS칼텍스 감독만큼은 러츠의 가능성을 믿었다. 러츠를 품은 GS칼텍스는 순항을 거듭한 끝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함께 V리그 흥행을 선도한 팀이 됐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러츠는 빠른 배구를 추구하는 국내 지도자들 입맛엔 맞지 않는 선수였다. 체격이 큰 만큼 속도가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모두의 의구심 속에서 차 감독의 선택을 받고 서울 장충체육관에 입성한 그는 놀라운 적응력과 친화력 그리고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 받은 큰 키를 제대로 활용했다. 상대 블로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때리는 스파이크는 위력적이었다. 신장에서 오는 우위는 수비 시 상대 공격수의 스파이크를 막는 데도 효과를 발휘했다. 느린 속도는 동료들과 협업 플레이로 극복했다. GS칼텍스가 1라운드 다섯 경기에서 전승하는 데 러츠의 공이 컸다.

러츠. /KOV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을 중도 종료할 때까지 러츠는 팀이 치른 27경기에 모두 나와 104세트를 소화하고 678득점(공격 589, 블로킹 66, 서브 23)을 기록했다. KGC인삼공사 발렌티나 디우프(27ㆍ이탈리아)에 이어 이 부문 전체 2위다. 아울러 공격 종합 2위, 후위공격 1위, 블로킹 5위, 서브 7위 성적을 남겼다. 2라운드엔 MVP로 꼽히기도 했다. 시즌 전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박수로 바꿨다. 한국 배구 환경에 자신을 맞추고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했다.

그는 고학력자라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의 이목을 쏠리게 한 선수다.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도 땄다. 배구를 잘하면서 학력도 높은 이른바 ‘엄친딸(엄마 친구 딸)’ 이미지는 인기를 높이는 요소였다. 특히 머리카락을 머리 뒤에서부터 묶어 한 갈래로 내리는 ‘포니테일(ponytail)’ 헤어스타일은 상징이 됐다.

러츠. /KOVO

러츠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던 이달 초 다른 팀 외인이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한국에 남았다. 시즌을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팬들은 잔류 결정을 한 디우프와 함께 러츠의 인성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23일 리그 중도 종료를 결정하면서 러츠의 시즌도 막을 내렸다.

러츠는 약 7개월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25일 모두와 작별 인사를 한 뒤 고향인 미국 휴스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팬들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GS칼텍스를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팬 여러분께서 제게 보내준 성원과 사랑에도 감사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서 매우 행복했다”며 “코로나19로 많은 분이 고생하고 있다. 모두 건강하고 다음에 또 만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러츠의 ‘코리안 드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한국 생활을 마치고 25일 미국 휴스턴으로 떠난 러츠. /GS칼텍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