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오민석이 KBS2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사풀인풀)을 통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오민석은 극 중 불륜남이지만 전 부인에게 집착하는 재벌 3세 도진우로 분했다. 완벽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빈틈 많은 도진우를 오민석만의 매력을 더해 호감 캐릭터로 완성했다.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했던 드라마를 끝낸 소감에 대해 오민석은 "시원섭섭하다. 워낙 오랫동안 하다 보니 끝났어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

- 주말극은 이번에 두 번째다. 다시 주말극 해보니 어땠나.

"한 번 해봐서 그런지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 긴 호흡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져서 늘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시점이 어디쯤인지도 알고 있어서 익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 오랜 시간 함께 한 드라마라 아쉬움도 많이 남았을 것 같다.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것보다 고마운 작품 중 하나다. 연기하면서 스스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기존에 연기에 접근하던 방식과 많이 달랐고 그런 부분에서 신선함과 자신감을 찾을 수도 있었다.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전에는 연기를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이 캐릭터를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방법들을 고민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욕심이 과했다. 그런 욕심들이 현장에서는 긴장감이나 부담감으로 보여서 찝찝한 구석이 남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실하고 솔직하게 해보고자 했다. 인물 자체의 감정에 집중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이해해서 진실하게 하려고 했더니 긴장을 덜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필요 없는 긴장감은 사라지고 상대방의 대사도 잘 들렸던 것 같다. 스스로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그런 시도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풀인풀'을 하기 전 1년 정도 연기를 안 했다. 그동안 연기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 자체가 복잡하고 답이 없는 작업이다 보니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말극 자체가 현실적인 대사보다 문어체가 많은 편이라 어색하기도 한데 그런 걸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 인물의 감정에만 집중해서 연기했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그런 시도 덕분인지 도진우가 곧 오민석 같았는데.

"어떤 인물에 몰입하기에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나를 인물에게 맞추는 거다. 평소 습관이나 버릇을 캐릭터에 녹이는 게 좋은 것 같다"

- 그럼 이번 캐릭터에는 어떤 버릇이나 습관을 녹이려고 했나.

"조윤희와 호흡 맞출 때 특히 그랬는데 여자친구에게 애교 부리는 모습이나 장난칠 때 표정이나 말투를 실제와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대본에 쓰인 것 그대로 하지 않고 평소 쓰는 말투로 바꿔서 했다. 평소 말투로 하니까 어색하지도 않고 덜 오글거렸던 것 같다"

- 외도를 하는 캐릭터라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부담감은 없었다. 도진우가 잘못을 저지르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인물이 변화되는 서사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도진우는 모든 걸 다 갖고 있지만 사랑에 대해 결핍을 가진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가지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놔주는 게 사랑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런 과정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 시청자에게 많은 응원 받았는데 도진우의 어떤 매력이 시청자들에게 통했다고 생각하나.

"아내와 그 가족들에게 잘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을 거라 생각한다. 가족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시간이다 보니 살가운 사위의 모습 같은 것들이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잘못은 했지만 후에 용서를 바라고 설아한테 순애보 적인 모습을 보이고 노력한다는 점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외도했는데 순애보라는 게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웃음)"

-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의 모습은 비난을 많이 받았다. 예능 출연이 걱정되진 않았나.

"처음엔 걱정 많이 했다. 좋은 모습도 있고 좋지 않은 모습도 있지만 그런 걸 다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 취지라고 생각했다. 제목 자체가 '미운 우리 새끼'이지 않나. 시청자들에게 안 좋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공통으로 잘못됐다고 한 부분은 쿨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가면 되지 않나. 또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응원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메이크업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촬영했기 때문에 기존에 갖고 있었던 딱딱한 이미지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 시청자 비난 중 억울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원래는 밥 먹고 (그릇에) 물을 부어놓는데 그날만 그랬다. 그리고 우리 집은 원래 프라이팬 두 개 쓴다. 하나를 쓰면 되지 않냐는 걸 이해 못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웠던 거라 신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에 밥 먹고 나면 그릇에 물 부어 놓는다(웃음)"

-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어머니께서 걱정 많이 하셨다. 좋은 모습만 방송에 나오길 바라시는데 제목이 '미운 우리 새끼'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드렸다. 그런데 평소 이미지처럼 일어나자마자 옷 차려 입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모습은 재미없었을 것 같다. 완벽해 보이는 도진우를 연기하는 사람도 집에서는 평범한 아들이고 못난 아들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휴머니즘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 그럼 이번에 나오는 '미우새'에서도 평소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건가.

"(시청자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연연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중들이 그렇게 얘기해주는 것 자체가 나라는 사람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좋든 아니든 다 관심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심이 많을수록 예능이나 여러 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플러스적인 요소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도 꾸준하게 예능에 출연할 계획이 있나.

"예능에 욕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 제안이 오면 회사와 의논해서 출연을 결정하는 편이다. '미우새'도 갑작스럽게 출연을 결정했다. 생각을 많이 하고 출연을 결심하지는 않았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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