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외 생산시설 가동 중단, 오프라인 핵심 판매망 마비
삼성전자 헝가리 TV 공장. /삼성전자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대 가전 시장인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장 가동 중단 지역이 유럽과 미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미국 베스트바이, 유럽 미디어막트 등 최대 오프라인 가전 판매점도 휴업이나 폐쇄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임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폴란드 브롱키 공장을 오는 4월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운영 중단(셧다운)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폴란드 공장은 유럽 판매용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생산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유럽 슬로바키아 TV 공장을 일주일간 가동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고, 헝가리 TV공장 조립 라인도 부품 수급 문제로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위치한 세탁기 공장 가동을 3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테네시 생산법인은 월 10만대의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약 600명이 근무한다.

또 LG전자는 폴란드 북부 므와바에 있는 TV 공장을 축소 운영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최근 유럽 지역의 매장 운영이 축소되고 있어 폴란드 므와바 공장은 선제적인 관점에서 이번주부터 생산라인 운영은 축소해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공장.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가전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해외 생산시설의 가동 중단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의 가전 핵심 판매망이 마비되고 있어서다.

미국 전역에 1만9개 가전 매장을 둔 베스트바이는 지난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및 입장객 제한을 통해 사실상 ‘휴업’에 들어갔다.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는 삼성·LG전자의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절반 이상(오프라인 판매 기준)이 베스트바이에서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 미디어막트는 이달 중순부터 주요국에 있는 850여 개 매장을 폐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판매망과 함께 미디어막트 등 오프라인 영업 강화를 통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산·판매망 마비 사태가 길어지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이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 지역 소비자들은 제품을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신제품을 팔아야 할 시기에 타격이 불가피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유럽 시장은 삼성과 LG전자 가전사업의 최대 시장이다. TV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매출에서 북미와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7.1%, 31.6%에 달했다. LG전자의 미국과 유럽 내 TV 매출 비중은 각각 22.7%, 31.2%였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아 대부분이 온라인 스토어로 판매가 많이 전환되고 있다”며 “이때 문제점은 프리미엄 제품군이나 신제품의 경우 매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을 해봐야 구매가 이뤄지는데 온라인 위주로 판매가 된다면 당분간은 프리미엄 제품들의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다면 가전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체가 감소하니 매출감소 우려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스트바이는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홈페이지나 앱에서 주문하면 매장 안이 아닌 도로변으로 가져다주는 비접촉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튿날부터는 가전제품을 주문하면 집 안이 아니라 현관문 앞까지만 무료로 배송해준다.

메디아막트는 홈페이지에 '안전한쇼핑', '집에 머무세요'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온라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매장 픽업은 가능하다고도 안내한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