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젠더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이 때 방송, 가요 등 연예계에서 보여주는 젠더 관념 역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성 관념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느냐는 눈여겨 봐야 할 일. 이에 가요계 유명 기획사들에서 배출한 아이돌 그룹들의 프로파일을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B1A4의 성공 이후 오마이걸, 온앤오프 등 후속 그룹들을 연이어 론칭, 성공가도에 올린 WM엔터테인먼트. WM엔터테인먼트는 걸 그룹, 보이 그룹 관계 없이 모두 '서정성'을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개 순수하고 청량한 이미지로 시작을 했더라도 활동 기간이 지속되면서 카리스마, 걸크러시, 섹시 등으로 이미지 변신 꾀하는 것과 달리 W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꾸준히 소년, 소녀다운 순수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가요계의 순수문학', '동화책'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은 W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은 노래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을까.

B1A4.

B1A4

성격: 섬세한 편
특징: 관찰력이 좋음
관심사: 사랑, 소소한 일상
연애관: 대화가 중요해
한 줄 정리: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고 싶어요."('반하는 날', 2019)

"오늘은 먼저 자요 그대 잠들면 나도 잘게요. 전화를 끊고 화려한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죠. 아무도 모르게."('잘자요 굿나잇', 2012) 이런 가사를 보면 세상 제일가는 나쁜 남자인 것 같은데 "바람 쐬러 나오는 길 편의점에 가 네가 좋아하던 과자들과 주스를 사. 내 손목에 위태위태하게 달린 봉투. 이거라도 사 먹으면 네 생각이 날까"(러브 이즈 매직, 2015) 같은 말을 할 때면 이렇게 섬세한 사람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 B1A4의 매력은 가끔씩 종잡을 수 없는 미운짓을 하기도 하지만 늘 섬세하고 예민하게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으로 기쁨을 준다는 데 있다. 섬세함은 상대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를 통해 발현된다. 때문에 이들은 상대와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B1A4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고 싶어요. 내 맘 온종일 그대만 생각하니까"('반하는 날'), "내게 전화해 밤이든 낮이든 상관 말고"('내게 전화해', 2017), "뜨거운 태양 아래서 그대와 나 나눴던 얘기"('드라이브', 2014) 처럼 상대와 나누는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섬세한 성정에 잘못햇을 땐 "미안하다 했잖아 무릎이라도 꿇어 보일까"('못된 것만 배워서', 2011), "나쁜 짓 안 할게요. 한눈팔지 않을게요"('나쁜 짓 안 할게요', 2012)라며 똑바로 사과할 줄 아니 작은 잘못 몇 번 쯤은 그냥 넘어가 주고 싶지 않을까.

오마이걸.

오마이걸

성격: 여려 보이지만 강단 있음
특징: 반전 매력
특기: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하기
연애관: 확실한 표현
한 줄 정리: "때가 왔을 때 그럴 때 난 용감해."('번지', 2019)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주얼의 오마이걸은 겉보기에는 여리고 수줍음 많은 소녀들 같지만 실제론 "때가 왔을 때 그럴 때 난 용감해"('번지')라고 말할 줄 아는 강단을 갖췄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물러서지 마요. 그대는 내일부터 날 자꾸만 떠올릴 거야"('큐피드', 2015)라며 고백하고, 자신들의 10대 시절을 "참 용감했던 소녀와 또 겁이 없던 소녀"('식스틴', 2018)라고 회상한다. 외유내강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런 반전매력이 오마이걸의 특징이다. 감정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 외에 재미있는 표현 방식도 눈길을 끈다. 사랑에 빠진 심경을 "너인 듯해. 내 맘에 새하얀 꽃잎을 마구 흩날리는 건"('다섯 번째 계절', 2019)이라고 표현하고, "너를 생각하면 흔들리는 나무들과 너를 볼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이건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한단 증거"('윈디 데이', 2016)라며 고백한다. 참고로 오마이걸은 자신들이 표현을 확실히 하는 만큼 상대 역시도 거짓 없는 진심을 보여주길 원하는 듯하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지 사랑한단 그런 말은 왜 하나요. 내가 가진 귀가 너무 좋아서 그대 거짓말도, 그대 거짓말도 보여요"('거짓말도 보여요', 2016)라고 하니 참고할 것.

온앤오프.

온앤오프

성격: 속이 깊음
특징: 어리지만 듬직한 매력이 있음
특기: 수만가지 말로 사랑 표현하기
연애관: 상대방이 내 전부가 되는 것
한 줄 정리: "너에게 내 모든 걸 맡겼어."('온/오프', 2017)

마냥 어린 소년 같지만 언제든 머리를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듬직함. "슬픔에 관한 면역력은 내가 더 세"('사랑하게 될 거야', 2019)라고 노래하는 것을 보면 이들은 슬퍼하고 고민하면서 성장해온 듯하다. 이 덕에 생각은 깊어졌고 다른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은 더 커진듯. 온앤오프의 노래에서는 "니 속에 썩고 있는 걸 다 뱉어줘"('별일 아냐', 2019), "별일 아냐 내 뒤에 숨어"('사랑하게 될 거야')라며 넓은 어깨를 내어주는 가사를 자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속 깊은 소년은 사랑에 빠질 땐 한없이 그 감정과 상대에게 자신을 내맡기기도 한다. 이미 충분히 완성돼 보이는데 "믿을지 모르겠지만 네가 있어야만 내가 완성돼"('컴플리트', 2018), "너에게 내 모든 걸 맡겼어. 날 네 남자로 만들어줘"('온/오프')라고 고백하니 작은 빈틈 하나까지 다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DB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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