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데안, 지난해 12월 대구 입단
계륵 신세 극복하고 부활하나
수원 삼성 시절 데얀. /OSEN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잊힌 전설’이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최고령 외국인 선수 데얀 댜마노비치(39ㆍ몬테네그로)가 2020시즌 K리그1 대구FC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지난해 수원 삼성에서 부침을 겪어 은퇴 갈림길에 섰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구로 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불꽃을 피우기 위해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있다.

데얀은 명실공히 K리그 역사의 산증인이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한국 프로축구에 데뷔해 36경기 19골 3도움으로 적응기가 필요 없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 FC서울로 이적하면서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2013시즌을 마치고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FC로 떠날 때까지 서울에서 6년 동안 194경기에 나와 122골(33도움)을 터뜨렸다. 2년 만에 중국 리그 생활을 접고 2016년 친정팀 서울로 돌아왔다. 클래스는 여전했다. 2시즌 동안 73경기에서 32골 5도움을 올렸다. K리그1 복귀 당시에도 은퇴를 고려할 30대 중반이던 데얀은 나이가 무색한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이 왜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하지만 황선홍(52) 감독과 불화로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고 2018년 서울의 오랜 라이벌 팀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빨간색 대신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데얀은 어딘가 낯설었으나 실력만큼은 그대로였다. 수원 데뷔 시즌에 33경기 13골 3도움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자신을 영입한 서정원(50) 감독 믿음에 보답했다. 수원에서도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했다.

데얀. /OSEN

2019시즌을 앞두고 이임생(49) 감독이 부임하고 호주 A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공격수 아담 타가트(27ㆍ호주)가 입단하자 데얀의 상황이 다시 한번 꼬이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까지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타가트의 득점 본능이 폭발하면서 점차 후보로 밀렸다. 타가트가 33경기 20골 1도움으로 K리그1 득점왕에 오르는 동안 데얀은 21경기 3골 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데얀이 더 이상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개성이 강해 감독들과 마찰을 빚은 건 그의 명성에 큰 오점으로 남았다. 지난 시즌 막판엔 구단을 벗어나 다른 팀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포착돼 구설에 올랐다. 몬테네그로 전설은 그렇게 K리그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데얀은 지난해 12월 27일 깜짝 놀랄 소식으로 다시 팬들 곁에 돌아왔다. 리그 5위로 시즌을 마친 대구에 둥지를 틀며 현역 연장 꿈을 이어갔다.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자유계약으로 입단한 만큼 이적료가 없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은 대구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는 데 손색없었다.

데얀은 11시즌 동안 K리그 무대를 누벼 357경기에서 189골 45도움을 남겼다. 득점, 공격포인트 부문 모두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울러 역대 K리그를 거친 외국인 선수 중 최다 득점자다. 그가 써 내려간 역사는 곧 K리그의 자산이다. 지난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팀에서 비상을 준비하는 데얀의 2020시즌 막이 오른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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