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위한 긴급재난문자 안내방식 도입 의견도 있어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선 직접 소외계층에 찾아가기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는 심각한 상태다. 곳곳에서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기업마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으로 인해 시내 번화가의 불이 꺼지면서 소상공인의 휴업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이 중 절반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과 보증 등 자금지원이다. 정확하게는 51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아직 정부 지원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현장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찬바람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싸우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현장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알지도 하지도 못했다"...코로나19 금융지원 체감 힘든 자영업자들
② 정보 사각지대 놓인 장애인·소외계층..."맞춤형 지원해야"
③ "새벽 4시부터 줄 서서 기다립니다"...밀려드는 대출 신청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정부는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경영자금 지원 규모를 12조원으로 확대했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은 연 1.5%의 초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으로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지원한다.
특히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1000만원 한도로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정보가 장애인과 노인 등 소외계층까지 전달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 긴급자금대출은 물론 생계비지원 소식도 몰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소매업을 하는 신모 씨는 15년 전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장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상공인 긴급자금대출 신청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신씨는 "아직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소상공인 긴급자금대출이나 긴급생계지원금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주변의 독거노인 중 대출이나 지원금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우선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면서 "각 읍·면·동에서 이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최근 시 차원에서 서민 생계를 지키기 위해 총 672억원 수준의 긴급지원 방안을 내놨다"며 "우선 3만3000여명인 파주시 내 소상공인에게 100만원의 긴급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330억원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상공인 긴급자금대출은 대출을 주관하는 곳이 각 지자체가 아닌 소진공 한곳이었기 때문에 소외계층 개개인까지 관련 정보가 상세히 전달되기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은평구에서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는 김모 씨는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에서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혜택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은 하지만 놓치는 경우도 있다"라며 "대출을 주관하는 소진공 측이 좀 더 공공이나 민관영역에 적극적으로 홍보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보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재난상황에서 모두에게 발송되는 문자 등의 안내방식을 도입한다면 이 갈증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정보제공 위해 소외계층 찾아가는 지자체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해 각 지자체에서 먼저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지난 30일부터 받고 있다. 최대 50만원 수준인 재난긴급생활비는 지급 즉시 바로 사용이 가능한 서울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 등으로 제공된다. 특히 인터넷 이용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장애인을 위한 찾아가는 접수도 병행한다.
울산광역시 울산장애인복지관협회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125가구에 5000만원 후원금으로 임대료와 미납 요금 등 자금을 지원한다. 이형우 울산시 복지여성건강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인천신용보증재단과 하나은행이 함께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 새터민 등 취약계층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0.9%대 초저금리 경영안정자금을 긴급 지원한다.
소외계층을 위한 긴급자금대출 관련 예산 규모 자체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서울 용산 일대에서 피지컬 컴퓨팅 교구 관련 소매업을 하는 김모 씨는 거동이 불편하다.
김씨는 "원래 실습비품 구입을 위한 학생들로 가득했던 가게가 요즘은 비대면 수업 영향으로 실습비품이 판매되지 않아 경영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2억~3억원 수준의 경영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혜택이 있다면 아무리 심각한 장애가 있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신청방법을 찾아 나설 것"이라며 금융지원금 범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 대출신청 병목현상 등 개선 필요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을 겪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게는 돈 한푼이 아쉬운 실정이다. 특히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최근 소상공인 긴급자금대출을 신청하려는 소상공인들로 소진공의 각 지역센터는 이미 포화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7일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기존 소진공에 집중됐던 소상공인 긴급경영자금 지원을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에 분할해 병목현상을 완화하는 것이다.
신용등급 1등급~3등급인 소상공인은 4월 1일부터 시중은행에서 1.5% 금리로 1년간 3000만원 이내의 금액을 대출할 수 있다. 신청 후 5일 이내에 대출이 가능하고 보증료도 없다.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소상공인은 기업은행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금융 대출을 할 수 있는 기관이 기존보다 다양해지며, 향후 시중은행 등을 통한 관련 대출 홍보가 소외계층 구석구석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역시 직접 대출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유튜브, 소셜미디어, 공익광고 등으로 대출 신청 전 필요사항을 안내받을 수 있도록 종합안내 체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의 고충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seongjin.cho@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