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좌익수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정진호(왼쪽)와 장진혁.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 시즌까지 한화 이글스의 취약 포지션은 좌익수였다. 지난 시즌 좌익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ㆍ스탯티즈 기준)이 -0.68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OPS(0.591)와 타율(0.217)도 각각 10위와 9위에 그쳤고, 수비율(0.984) 역시 8위에 머물렀다.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시즌에도 좌익수 WAR은 최하위(-1.48)다. 여러 선수가 기회를 받았지만, 아무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대표 ‘구멍’으로 전락했다.

지난 몇 년간 한화의 골칫거리였던 좌익수 포지션이 올해는 ‘환골탈태’할 조짐이다. 올 시즌 한화 외야 두 자리는 이용규(중견수)-호잉(우익수)의 차지다. 큰 변수가 없다면 두 선수가 붙박이 주전으로 나설 전망이다. 남은 건 좌익수 한 자리다.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좌익수에 기존 선수들에 이적생과 유망주까지 도전장을 내밀면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국내 자체 청백전에서 각자 장점을 발휘하며 뜨거운 경쟁을 시작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후보들을 청백전 때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면서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외야수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화의 뎁스도 두꺼워졌다.

주전 다툼의 선두주자는 두산 베어스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정진호(32)다. 두산의 쟁쟁한 외야 자원에 가려 백업에 머물렀던 정진호는 비시즌 한화로 이적하며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그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국내 청백전에서 타율 0.340(47타수 16안타)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하며 좌익수와 우익수를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정진호의 강력한 대항마는 장진혁(27)이다. 지난 시즌 후반 주전 기회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장진혁은 올해 입대를 미루고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연습경기와 청백전에서 한화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 0.429(42타수 18안타)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장진혁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올 시즌 활용 폭이 넓을 전망이다.

김문호(왼쪽)-유장혁. /OSEN

2016시즌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5를 기록한 ‘새얼굴’ 김문호(33)도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김문호는 생애 처음으로 1루 수비에 도전하며 멀티 플레이어 가능성을 테스트 받고 있다.

기존 선수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노시환, 변우혁과 함께 신인 빅3로 꼽힌 2년 차 유장혁(이상 20)은 25일 청백전에서 리그 최고의 마무리 정우람(35)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많은 경기에 나서진 않았지만, 3할 타율(30타수 9안타)을 기록하며 선배들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2017년, 2018년 2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했던 양성우(31)와 백업으로 간간히 1군에서 모습을 보였던 이동훈(24), 백진우(개명 전 백창수ㆍ32), 김민하(31)도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타거포’라는 희소성이 있는 베테랑 최진행(35)이 왼쪽 가자미근 미세손상으로 이탈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한용덕(55) 감독은 개막 전까지 주전을 못박지 않고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좋은 선수가 많은 만큼 붙박이 주전보다 상황에 따른 로테이션 시스템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나는 한화 좌익수다’ 오디션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지 그리고 지난 시즌 얇은 뎁스로 고생했던 한화가 막강한 외야 라인을 구축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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