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영화계가 차질을 빚고 있다. 개봉을 미룬 작품은 수십 편에 달하고 촬영 역시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영화 산업 붕괴 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상황 속 한국영화 ‘영웅’과 ‘반도’가 올 해 여름 개봉을 확정했다. 코로나19 여파 속 개봉을 강행하는 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韓‘최초 뮤지컬 영화 영웅’,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기 맞아 개봉

영화 '영웅'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배우 정성화 주연의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해운대’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의 신작으로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했다.

2009년 뮤지컬 초연 때부터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같은 배역을 맡아 실존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할 전망이다. 여기에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등 배우들이 가세했다.

특히 안중근 의사 서거 110주기를 맞아 개봉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한국 최초의 뮤지컬 영화라는 점 역시 흥미롭다.

정성화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개봉 소식을 알리며 “뮤지컬 영화 ‘영웅’ 포스터다. 그간 촬영들이 마구 스쳐간다. 부디 지금의 상황들이 종식되어 많은 관객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기 기도해본다”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걱정과 함께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부산행’ 속편 ‘반도’, 개봉 전 관심 극장서 재현될까

K좀비 열풍의 시초로 불리는 ‘부산행’ 감독의 신작 ‘반도’ 역시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확정했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좀비와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리는 작품이다. ’부산행‘에 이어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강동원, 이정현 등이 출연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가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제73회 칸 영화제에 초청될 만한 후보작 25편에 포함됐다.

인디와이어는 ‘반도’가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작품인 것에 의미를 뒀다. “세계적으로 9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인상적인 공간 활용, 퍼포먼스와 위기 상황 속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 등으로 최근의 좀비 영화들보다 뛰어났다. ‘반도’는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거대한 스케일의 속편”이라며 “‘부산행’이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만큼 ‘반도’도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기대했다.

여름 개봉을 확정한 작품은 두 편에 불과하지만 당초 이번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었다. 제작비 기본 1000억 원에서 300억 원대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여름 개봉을 준비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도 올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한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중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을 담은 영화로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순 제작비 200억 원 안팎이다.

‘늑대소년’ 송중기와 조성희 감독의 신작 ‘승리호’ 역시 여름 개봉을 준비했다. 한국영화 최초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SF 블록버스터로 제작비 200억 원대다.

여성팬들의 기대작인 공유 박보검 주연의 ‘서복’ 역시 여름 개봉을 목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영생의 비밀을 지닌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그를 차지하려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제작비 1000억 원 안팎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가 좀처럼 식지 않는 상황인만큼 정확한 개봉일에 대해서는 해당 영화 관계자들 역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3월 개봉을 예정한 ‘결백’ ‘콜’ ‘침입자’ 등도 아직 개봉일을 확정 짓지 못하는 상황인만큼 여름 개봉 예정작들 역시 더욱 극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4월말까지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봉을 앞둔 작품들의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례 없는 최악의 상황 속 여름 개봉작들이 극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이 언제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봉일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라며 “코로나19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개봉을 강행한다면 관객들의 반감은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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