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소진공, 밀려드는 대출 문의로 야근 다반사
은행 창구 쌓인 대출 서류로 기존 업무 마비
바늘구멍 뚫고 대출 받은 소상공인 걱정 덜어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는 소상공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 권이향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피해는 심각한 상태다. 곳곳에서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기업마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으로 인해 시내 번화가의 불이 꺼지면서 소상공인의 휴업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이 중 절반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과 보증 등 자금지원이다. 정확하게는 51조6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아직 정부 지원책의 효과는 미미하다. 현장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찬바람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싸우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현장의 목소리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알지도 하지도 못했다"...코로나19 금융지원 체감 힘든 자영업자들

② 정보 사각지대 놓인 장애인·소외계층..."맞춤형 지원해야"

③ "새벽 4시부터 줄 서서 기다립니다"...밀려드는 대출 신청

[한스경제=권이향, 탁지훈 기자] #. 서울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 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모 주임은 야근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면서 폭주하는 민원과 대출 신청을 처리하느라 하루가 너무나 짧아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돈맥경화’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부터 시중은행들까지 사회 곳곳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 코로나19로 매출 직격탄…대출 위해 줄 서는 소상공인들

소진공은 지난 2월 13일부터 전국 62개 센터를 통해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경영안정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코로나19 경영안정자금은 소진공에서 소상공인 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신용, 부동산 담보 평가나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된다.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신고가 적으면 신용평가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적을 수밖에 없다. 결국 신용등급이 낮거나 부동산 담보가 없는 소상공인들이 보증서 발급으로 몰리면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 속도가 지연돼 대출 대란이 발생했다.

결국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소상공인들이 보증서 발급까지 1~2달은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정부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들에게 경영안정자금 1000만원을 보증서 없이 해주는 직접대출을 지난달 25일부터 시범운영했다.

소진공 센터를 찾은 지난달 26일 소진공 서울중부 센터 앞은 직접대출과 대리대출 관련 상담과 문의가 뒤섞이면서 북새통이었다. 대기자도 오전 8시 30분 이미 100명을 돌파했고, 오전 9시 20분에는 대기자가 230명이 됐다.

대기표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섰지만 예상보다 많은 대기자에 오늘 중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소진공 직원들은 1시간에 20~30명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대기번호가 100을 넘으면 오후에나 상담이 가능하다고 안내를 반복했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고 있다. /사진 권이향 기자

종로구에서 금은방을 운영 중인 김 모씨는 새벽 6시 50분 도착해 받은 대기번호가 27번이라며 “어제부터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느라 반나절이 꼬박 걸렸다”고 말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윤 모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2월 중순부터 매출이 감소해 당장 1000만원이라도 대출받기 위해 왔지만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우선 서류만 챙겨 다시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리대출뿐 아니라 직접대출 신청자까지 센터로 몰리면서 센터가 큰 혼잡을 겪자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센터 관계자는 “최소 300명 이상이 센터를 한꺼번에 방문하면서 업무 부담이 커졌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갑작스럽게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생각해 식사도 거르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본부에서 41명의 직원을 파견했고 102명은 단기 근로자로 뽑아 현장으로 투입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직접대출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현장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위탁업무 은행으로 확대…쌓인 대출 신청서·대출 문의로 업무 부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신속한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시중은행으로 업무 위탁범위를 확대하자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도 쏟아지는 코로나대출 문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은행 지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김 모씨는 “하루에 전화로 대출을 문의하는 건수가 15~20건으로 지난 2월 중순부터 받은 대리대출 신청만 150건에 육박해 평소보다 업무량이 3배는 늘어났다”며 “다만 보증서가 발급되지 않아 실행된 대출은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 한 은행 지점 대출 담당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전에는 한 달에 대출 연장 업무가 30~40건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하루에 방문하는 고객만 40명이 넘는다”며 “본부에서 지원 인력을 파견했지만 기업대출 담당 직원 1명 당 20-30건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기존 영업점 업무를 손도 못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은 조금이나마 근심을 덜었다.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 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방문객이 줄면서 직원들 월급을 주는 것도 부담이 됐는데, 예상한 만큼 돈이 들어온다면 직원들 급여에 대해 덜 걱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대기 시간을 줄였다. /사진 탁지훈기자

중진공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의 일시적 경영애로 해소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코로나19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0.5%포인트 금리를 우대해 2.15%의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기간은 5년, 대출한도는 최대 10억원까지 지원된다.

중진공 서울 북부지부를 찾은 지난달 30일 현장은 번호표나 대기표를 끊고 기다리는 모습 없이 차분했다. 원활한 자금 지원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본·지부별 온라인 신청 예약시스템에 ‘코로나 피해기업’ 전용 예약 창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덕분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상담 창구를 통해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며 "현장에서 대기시간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해 업무 처리 시간이 단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이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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