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로봇 심판 도입을 위해 시범운영을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에 로봇심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올 시즌 후반기 '로봇 심판'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한다. 애초 지난달 31일 예정했던 기술평가회가 3일로 연기됐지만 KBO는 이른 시일 안에 대행 업체를 결정해 로봇 심판 도입을 준비한다. 
 
KBO의 로봇 심판은 메이저리그(ML)가 지난해 독립리그 애틀랜틱 리그와 협약을 맺고 시범운영한 로봇 심판 시스템과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KBO는 미국과 별도로 로봇 심판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트래킹 장비를 보유한 대행 업체와 손잡고 독자적으로 로봇 심판 시스템을 개발한다. 퓨처스리그 후반기 20경기 내외로 로봇 심판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다.  
 
현재로선 로봇 심판이 1군 무대에 데뷔할 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메이저리그는 애초 이르면 2022년부터 로봇 심판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까지 모두 멈춘 상태다. KBO리그도 같은 이유로 개막일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로봇 심판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측정 기술의 정확도가 아직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타자의 키와 상관없는 기계적인 스트라이크 존이 야구 규칙이 정한 스트라이크 존 개념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미가 사라진 기계적 판정'에 대한 거부감도 로봇 심판 도입 반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로봇 심판은 야구에서 '주심'이라는 직업을 없앨 가능성도 있다. 물론 미래의 일이지만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리틀 야구에서도 로봇이 주심을 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이미 스포츠 분야에서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판정'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체조연맹은 체조월드컵에서 AI 심판을 시범 도입했다. 기계체조는 기술 난이도뿐만 아니라 연기 내용의 창의성도 평가 대상이다. 때문에 AI가 선수들이 풀어내는 동작의 아름다움까지 채점할 수 있느냐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AI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인 플레이어로서 스포츠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바둑계는 이미 '알파고', '한돌'을 통해 'AI 쇼크'를 경험했다. 인간이 기계에 패했다는 전대미문의 충격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며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과 AI가 인간의 삶을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가 스포츠계 내에서도 상충하고 있다. 
 
로봇 심판과 로봇 플레이어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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