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긴축 논의가 일본 현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1년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애초 계획보다 줄어든 재정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유는 역시 '돈'이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일본은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지난달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대 3000억 엔(약 3조30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장 재임대 비용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을 현재 시점에서 추산한 결과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간사이 대학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의 말을 빌려 1년 연기에 따른 손실 비용이 6408억 엔(약 7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에선 올림픽 '긴축'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스포츠 저널리스트 다니구치 키요코는 '추가비용을 납세자도 부담? 올림픽·패럴림픽 축소는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올림픽 역사 연구자에게 물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공황 직후 열린 1932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과 세계 2차 대전 종전 직후 막을 올린 1948년 런던 올림픽을 예로 들며 '긴축' 올림픽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다니구치는 "올림픽 1년 연기로 인한 추가비용은 누가 부담해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면서 "과거 대회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일본 역시 올림픽 규모를 축소하고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대회로 도쿄올림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럼에서 올림픽 역사 연구자 데이빗 런트 남유타주립대 역사학부 부교수의 의견을 인용했다. 런트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열리는 도쿄올림픽의 경제적 상황은 제1, 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 및 1948년 런던올림픽과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948 런던올림픽은 전쟁 직후 열린 만큼 허리띠를 졸라맨 긴축 올림픽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올림픽 주경기장이나 수영장 등 새 시설은 건설되지 않았고, 남자 선수들은 공군 캠프에 여자 선수들은 런던 대학 기숙사에서 묵었다. 또 경기에 필요한 시설도 부족해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1948년 런던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등 나름의 해법을 모색한 대회이기도 하다. 또한 대공황 이후 열린 1932년 LA 올림픽 역시 재정 절감을 위해 처음으로 선수촌을 만들어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결국 비용을 줄이면서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긴축 올림픽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는 게 런트 교수의 주장이다. 그의 의견이 일본 내 일고 있는 긴축 올림픽 주장의 핵심이기도 하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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