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종합편성채널에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시청률 35.7%를 기록했고 방송이 끝난 후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랐다. 중장년층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트로트에 젊은 층의 팬덤까지 형성됐다. 이처럼 어느새 트렌드로 자리 잡은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는 TV조선 제작본부 서혜진 국장이 있다. 서혜진 국장은 "'미스터트롯'에는 실력자들이 많이 나온 게 핵심이었다. '미스트롯'은 송가인과 홍자의 라이벌 구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인원이 적었는데 '미스터트롯'은 실력자들이 많이 나와 각축전을 벌이면서 서바이벌 원칙에 맞는 뷰 포인트가 많았다"라고 '미스터트롯'의 인기 비결에 대해 말했다.

- '미스터트롯' 잘 될 거라 예상했나.

"'미스트롯'이 일단 안정적으로 런칭이 됐기 때문에 ('미스터트롯'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남자편이니까 걱정이 많았다. 주변에서는 더 잘 될 거라고 말해줬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 잘 안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왜 때문인가.

"남자편에서도 팬덤을 끌어올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트로트에 팬덤이 생성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프로그램이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시청률이 폭발하고 팬덤이 구체화되면서 피드백이 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조금 더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뿐이다"

- 그래도 남자편이 잠재력은 더 컸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률만 놓고 따졌을 때 여자편보다 남자편이 더 높았던 건 아니다. 그래서 '미스터트롯'이 더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미스트롯'이 18.1%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높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계속 의문이었다"

- 그래도 결국 '미스터트롯'이 잘 됐다.

"출연진이 남자이기 때문에 쇼의 한계가 없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던 점이다. 지금까지 PD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 커뮤니케이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방송으로만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 다 보여주지 못한 콘텐츠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받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면밀하게 살폈다. 이야깃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서 드라마틱하게 구성하려고 했다"

- 커뮤니케이션이나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트로트가 과연 아이돌처럼 팬덤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팬덤 문화에서 중요한 건 팬들과 어떻게 소통하게 만들어주느냐인데 트로트는 그런 문화가 없다. 송가인이라는 사람이 '미스트롯'을 통해서 팬덤을 만들긴 했지만 '미스터트롯'은 연령층이 워낙 다양했기 때문에 요구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 빠른 피드백을 원하고 부가 콘텐츠를 올려주지 않는 거에 대해 닦달도 많이 했다. 그래서 SNS는 젊은 PD들을 배치해서 스스로 공식계정을 운영하게 만들었다. 피드백을 받고 영상을 바로 올려주는 형태를 통해 팬덤에 최대한 서비스를 하는 느낌을 가져가려고 한 것이다"

- 피드백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면 휘둘릴 수도 있었을 텐데.

"팬덤에서 하는 얘기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공정성 문제는 예민하게 받아들인 부분이라 (시청률이) 30% 가까이 되면서부터는 마스터본 볼 때 3-4번 이상 보면서 자막에 한층 더 신경을 썼다. 팬덤과 거리두기, 가까이 가기를 반복하면서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이게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 공정성 논란은 마지막 결과 발표 지연 때문에 한층 더 높아졌다. 발표 미루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우선 그렇게까지 집계가 느려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런데 애매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논란이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면 돌파를 했던 거다. 그 부분을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설득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결과 발표를 미루자는 결정은 어떻게 했나.

"회사 내부에 있는 분들과 상의했다. 집계가 아침 7시 정도에 끝난다고 했는데 그 시간에 또 안되면 어떡하냐. 여유롭게 (결과 발표 시간을) 잡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처음에는 한 주 미루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도 다음 날 나오는데 그사이에 뭐 하려고 그러는 거냐'면서 난리가 났더라. 그래서 발표를 토요일로 앞당겼다. 원래는 녹화하려고 잡아놨던 스케줄이었는데 그걸 생방송으로 바꾼 거다"

-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했을 것 같은데.

"보통 100만 표 넘으면 성공이라고 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았으니까 1000만 표 까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 그렇게 대비를 했는데 표를 거르는 부분에서 에러가 나서 문제가 됐다고 하더라. 프로그래머들이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에러를 찾는 데 기민한 대처를 찾는 게 늦어졌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어떤 변수든 차단할 수 있는 변수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왜 트로트 예능을 하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

"원래는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고등트롯'을 하려고 했다. TV조선 주 시청층에게 안정적으로 관심을 얻으면서 연령층은 확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10명도 채 안 되다 보니 결국 기존에 활동하는 사람들까지 다 모아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까지 인기를 얻었다. 시즌 3에 대한 계획도 있나.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당분간 진행은 어려울 것 같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인물 탐구 같은 프로그램이다. 대중의 관심과 정보가 불균형한 상대에 대한 것을 다룰 예정이다"

사진=TV조선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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