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KBO 야구회관에서 긴급 실행위원회가 열렸다. /이정인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장의 봄은 멀기만 하다. 프로야구 팀 간 평가전이 결국 연기됐다. KBO 리그 개막도 더 미뤄져 5월에 문을 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실행위원회(실행위)를 개최하고 리그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실행위에는 류대환 KBO 사무총장과 10개 구단 단장들이 참석했다.

실행위원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여전히 큰 점을 고려해 7일 예정됐던 타 구단과 평가전을 2주 뒤인 21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시범경기 구실을 하는 팀 간 평가전이 연기됨에 따라 정규시즌 개막일은 20일 이후에서 4월 말 또는 5월 초로 밀릴 전망이다. 5월 5일 어린이날 시리즈가 개막전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프로야구 개막의 명분인 등교 개학이 연기된 점이 결정적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9일 중·고교 3학년부터 학년별로 순차적 진행할 ‘온라인 개학’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1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개학 시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등교를 연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그간 방역역량을 총동원해 노력했으나, (아이들이) 안 심하고 등교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학교 개학이 늦춰진 부분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개막 일정이 뒤로 더 밀리면서 144경기 체제 유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이날 실행위에선 정규리그 단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기존의 팀당 144경기를 많게는 135경기, 적게는 108경기로 줄이는 방안을 함께 검토했다. KBO는 144경기 체제 유지가 최선이라는 뜻을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리그 축소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 총장은 “리그 일정 축소도 계속 검토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5월 초 개막이 144경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림픽이 연기돼 11월 말까지는 경기해 모두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늦어지면 경기 단축도 고려해야 한다. 시뮬레이션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들의 축제’인 올스타전도 올해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류 총장은 “일정이 밀리면서 올스타전 개최는 어려워졌다.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으니 올스타 브레이크도 없다. 주어진 날짜가 많이 없다. 올해는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앞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한화 이글스 등 5개 구단 외국 선수들의 2주 자가 격리는 구단들이 KBO의 권고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류 총장은 "우선순위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대응"이라며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혹스러운 구단이 있을 수 있지만, 선수와 팬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O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본 뒤 7일 다시 실행위원회를 열어 팀 간 평가전 일정 등에 관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야구회관=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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