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영세 업체 입상 경력 없어…공모 지원도 못해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 시범단지 계획설계공모를 진행하면서, 지원 자격을 국가 또는 지자체 등에서 시행한 설계공모에서 입상한 적 있는 '역량있는 건축사'로 한정해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세 업체들의 경우 이런 입상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들 입장에선 사실상 처음부터 공모 지원 자체가 차단된 셈이기 때문이다.

1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31일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 시범단지 계획설계공모를 공고했다. 이번 공모는 주거복지로드맵의 공공임대 유형 통합에 따른 시범단지 조성 설계로 다양한 업체의 참여를 위해 기존의 표준평면 사용의무 폐지 등 설계공모 지침을 개선과 함께 제출 결과물을 간소화하는 등 공모 참가자의 부담을 완화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참가 제한을 건축서비스 산업진흥법시행령 상의 '역량있는 건축사'로 한정했다는 데 있다. 역량있는 건축사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령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외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외국 정부가 발주한 설계공모에서 입상 ▲국제건축가협회(UIA)에서 공인한 국제설계공모에서 입상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정부가 주최한 대회에서 건축 작품으로 입상 등 이 3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상 경력이 없는 건축사는 지원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 신생 또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기회가 없을 공산이 크다. 보통 이런 자격은 대형 건축사무소 소장에 해당하는 이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있는 건축사 자격을 보유한 이들도 드물다. 현재 국내 건축사는 2만3038명인데,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에 등록된 역량있는 건축사는 459명이다. 전체 인원 수 대비 1.9%에 불과하다. 다만 이는 AURI 측에 역량있는 건축사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한 이들만 집계된 자료로 실제로는 이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지역 건축사 또는 신진 건축사 육성을 위해 일부 발주량에 나이 제한을 두는 일은 있었지만 이처럼 수상 실적을 입찰 조건으로 정한 것은 흔치않은 일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한건축사협회 한 관계자는 "수상실적을 공모조건으로 정했다는 걸 들어본 적은 없다. 흔치는 않은 일"이라며 "다만 발주처에서 정하는 것이니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체 경쟁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세업체들 중에서도 이런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지원하게 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오히려 영세업체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조건을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아져 영세업체 중 이 자격을 가진 곳은 지원하면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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