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적자 이어가는 LCD사업 버리고 QD 디스플레이에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 경영을 통해, 삼성이 계획한 '초격차' 전략을 앞당기고 있다.

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19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비로 20조2076억원을 썼다. 2018년(18조6620억원) 대비 1조5456억원(8.3%)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8.8%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국내 특허 5075건, 미국 특허 8729건을 취득했다. 전년 대비 국내 특허는 65%(3068건), 미국 특허는 6%(8073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진행하는 투자가 눈에 띈다. 기존의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라인을 '퀀텀닷(Quantum Dot, QD)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것으로, 지난해 삼성은 QD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 2025년까지 시설투자에 10조원, 연구개발 투자에 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차세대 혁신 대형 디스플레이에만 13조원 이상을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인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을 구축하고, 2021년부터 초기 3만장 규모 65인치 이상 초대형 Q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이 개발하고 있는 QD 디스플레이는 'QD OLED'로 나노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QD'의 전기적 특성을 이용해 스스로 빛을 내고, 보다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한 기술이다. 빛의 3원색인 적·녹·청 중에서 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올레드로 구성해 광원으로 쓰고 그 위에 적색과 녹색의 퀀텀닷 필터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계획을 세운 삼성에게 돌발 변수가 발생했는데,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투자에 대한 계획이 제때 이뤄질 수 있냐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결단을 내리며 과감한 선택을 했다. 지난달 31일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내년부터 LCD 생산을 전부 중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차세대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QD 디스플레이 시제품은 완성됐지만 아직 시중에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며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LCD 사업을 정리하고 시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요청한 LCD 물량에 대해서는 올해 연말까지만 공급하고 내년부터는 생산·개발 직원들을 QD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대형 LCD 사업을 접고 QD 디스플레이에 집중하려는 이유는 실적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30조9577억원, 영업이익 1조46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4.2%, 41.8% 줄었다. 그간 LCD에 발생한 적자를 OLED로 상쇄해 왔다.

LCD 패널은 중국 업체의 저가 물량 공세로 인해 가격이 급락세를 이어갔고, 이에 신규 시장 창출을 통해 사업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사업 전략을 점검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과감한 판단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녹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에만 3번에 걸쳐 사업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면서도 차세대 미래기술 전략 점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방문을 시작으로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25일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찾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 위기 공포가 크게 다가왔지만 현장 경영 등을 통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중요 사업을 차질없이 이어가기 위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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