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중심에는 항상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을 둘러싼 인간의 선택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만을 전제로 한다. 현실 속 삶의 흐름에는 비합리성이 더 크게 지배하는데 말이다. 

일찍이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사이의 C(Choice)다”라는 명구를 남겼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매 순간 이루어진 ‘선택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인생은 점 잇기’라고 말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그렇게 하면 점들이 찍히고 시간이 지나 점이 연결되면 네가 원하는 도형이 될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선택할 자유가 끊임없이 주어지지만 수많은 선택의 결과가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배우 김혜자씨가 어느 인터뷰 자리에서 한 얘기가 떠오른다. “등가교환. 뭘 얻고 싶다면 뭘 해야 해요. 날개는 누가 달아 주는 게 아니라, 내 살을 뚫고 나와야 하지. 아무것도 열심히 안하고 멋있어지길 바라면 안돼요.” 인생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선택한다면 뭔가를 희생해야 하는 ‘기회비용’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를 시사하고 있다. 

‘기회비용’은 모든 삶을 관통하는 이치일 뿐 아니라 경제학 이론의 바탕이 되는 개념이다. 중국 북송시대 사마광의 ‘자치통감’에서 유래된 고사성어 ‘염일방일(拈一放一)’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사마광이 어린 시절, 한 아이가 큰 물독에 빠져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있었다. 주변에 있던 어른들이 허둥대며 어쩔 줄 몰라 할 때 사마광은 돌멩이를 주워 들고 장독을 깨트려 아이의 목숨을 구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지혜가 ‘염일방일’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모든 선택에는 그 만큼 치러야 할 대가인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이른바 선택은 ‘기회비용’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다. ‘기회비용’은 포기하는 많은 선택지 중 최고의 것을 말한다. 다만 사람마다 가치관과 취향이 달라 동일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기회비용은 다르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기회비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질문의 답은 모든 선택에 시간과 자원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 돈, 능력 등 주어진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다양한 기회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

막다른 궁지를 가리키는 ‘이판사판’의 유래에도 ‘기회비용’의 원칙이 담겨 있다. 절에서 살림을 맡는 스님을 ‘사판(事判)’이라 하고 참선을 하는 스님을 ‘이판(理判)’이라고 한다. 절에서 ‘사판’을 맡으면 ‘이판’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님들은 ‘이판’과 ‘사판’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사판’을 선택한 스님의 ‘기회비용’이 ‘이판’인 셈이다. 우리가 종종 끝장이라고 비판할 때 그 의미가 바로 ‘이판사판’이 된 배경에 짐작이 간다. 이렇듯 ‘끝장’을 피하기 위한 선택의 결정은 숙명적이다. 

더구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선택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기업의 경영에서도 미래의 좌표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목적함수로 결정 되듯이 말이다. 얼마 뒤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가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우리는 혼란스러움에 익숙한 정국을 거치면서 ‘선택의 만족’보다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국가적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너무나 중요하다.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지혜’를 통해서 ‘이판사판’의 끝장정치를 종식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다. 아무쪼록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상실된 일상이 회복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물꼬를 트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길 기대한다. 

이치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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