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은행, RP 매입으로 5.2조원 시중에 공급
코스피 등 국내 증시, 2% 이상 상승 반전
한국은행이 2일 RP 매입을 통한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섰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한국은행의 '무제한 돈 풀기'가 2일부터 시작됐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일단 금융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3%, 코스닥은 2.8% 가량 상승하는 등 국내 증시는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전날 코스피 지수가 4% 가까이 급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은행,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입찰에서 총 5조 2500억원이 응찰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해당 금액을 모두 시중에 공급키로 했으며, 만기 기한은 91일이다.

한은의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선정된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뒤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파는 것이다. 이후 경과 기간에 따른 소정의 이자를 주고 금융기관이 되사는 채권으로, 사실상 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현금을 빌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RP를 한은이 매입하게 되면 한은이 가지고 있던 유동성(통화)이 은행, 증권사 등으로 대표되는 시장으로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이번 한은의 RP 매입시 금리는 기준금리인 연 0.75%보다 0.03%P 높은 연 0.78%로 결정했다. 이는 통화안정증권의 수익률과 한은의 직전 RP 매입 평균금리, 증권사의 RP 조달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수치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26일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3개월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과거 발생했던 외환위기(1997년)나 금융위기(2008년) 때도 시행한 바 없는 사상 초유의 조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실시하고 있는 양적완화(QE) 조치와 그 효과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이러한 조치는 중앙은행의 자산을 확대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진국들의 자산매입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RP매매를 통한 공개시장운영은 중앙은행의 고유한 유동성 조절 수단으로 한은 부총재가 밝힌대로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더욱 반가운 사실은 RP 대상기관을 늘리고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점"이라며 "이로 인해 지난 3월 크게 훼손됐던 시장의 매수심리는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은은 이번 RP 매입 조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에 11개 증권사를 신규로 추가했다. 기존엔 17개 은행과 5개 비은행이 전부였다. 또한 RP 매입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중기채 등 특수은행 채권과 일반은행들의 채권을 추가한 데 이어 8개 공공기관의 발행채권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안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담보로 맡길 채권의 범위가 넓어졌기에 보다 수월하게 한은에서 유동성을 공급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같은 RP 매입을 향후 3개월 간 매주 화요일마다 실시할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자금 공급을 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어음(CP)을 대거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의 대규모 유동성 확보로 인해 단기자금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빠른 태세 전환으로 4월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소폭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제한 RP 매입과 채권시장안정펀드 시행 등을 통한 크레딧 시장 지원은 외국인 자금을 재유입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이 같은 전망에는 코로나19 확산이 4월 중 정점을 이루고 안정된다는 것이 전제로 필요하다"면서 "유동성 공급이 본질적인 치료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달 24일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등에 총 48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달 31일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첫 외화대출을 실시, 시중에 87억2000만 달러의 자금을 공급했다.
 

김동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