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자체 연습경기를 펼치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만약 시즌 개막 후 확진자가 나온다면 최소 한 달 어쩌면 리그 재개막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한 야구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이런 위험성에 공감하며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20일 KBO가 만든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수출'됐다. 방역의 '신한류'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선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2일 현재 여전히 '확진자 0명'을 유지 중이다.
 
한국을 적극 벤칭마킹 하는 미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의 허술한 코로나19 대응이 일본 야구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일본은 한신 타이거즈 소속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의 첫 코로나19 확진을 시작으로 3명의 선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사회적 거리 두기' 무시하는 일본
 
한국에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일명 '사회적 거리 두기'는 권고 사항이 아닌 에티켓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공허한 구호처럼 보인다. 한신 구단은 코로나19의 잠복기간을 고려해 최초 확진자 후지나미의 직전 2주 동안의 동선을 파악했다. 후지나미는 지난달 14일 오사카 시내에 있는 한 술집에서 7명의 팀 동료 등과 식사를 했다. 당시 참석했던 팀 동료 중 이토 하야타와 나가사카 겐야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이들과 함께한 20대 여성 3명도 감염됐다. 한신 구단은 이 식사 자리에 12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비단 후지나미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지 않다. 단적으로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1년 연기가 확정된 직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다. '일본은 안전하다'는 아베 정부의 발표 속에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벚꽃 구경을 하거나 함께 식사를 했다. 결과는 처참하다. 도쿄도지사는 수도 도쿄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의 문화와 사생활 등의 이유로 확진자들이 이동 경로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도 문제다. NHK는 "도쿄도에서만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400여 명 중 40%의 이동 경로가 미확인으로 남아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일본프로야구의 안일한 대응
 
일본 프로야구의 안일한 대응도 사태를 키우고 있다. NPB는 지난달 20일부터 무관중으로 모두 74차례의 평가전을 열었다. 정규 시즌 일정을 토대로 원정팀이 이동해 숙박까지 하는 형식이다. 실전과 다름 없는 평가전에 선수간 접촉도 당연히 늘었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NPB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일례로 한신의 이토는 확진 판정 이전인 지난달 20~22일 주니치 나고야 구장에서 열린 2군 간 평가전에 나섰다. 이토의 확진 판정 후 나고야 구단은 선수단 전원을 조사해 이토와 접촉이 있었던 15명을 찾아냈다. 이 중 2명은 대화를 나눴고, 신체 접촉도 했다. 주니치는 이들에게 5일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라고 명했다. 또한 수십 초 정도 인사와 이야기를 나눈 12명에 대해선 접촉이 없었던 선수와 다른 시간대 훈련하도록 했다. 나머지 1명은 별도의 조치 없이 훈련에 참가했다.
 
일본 구단은 자발적으로 훈련을 중단하고 있다. 지바 롯데는 지난달 28일부터 모든 훈련을 멈췄고, 소프트뱅크도 같은 달 29일부터 예정된 훈련을 취소했다. 라쿠텐도 30일부터 팀 훈련을 중단했으며 한신은 1일까지였던 휴업을 1주일 연장했다. 반면 NPB는 확진자 발생 때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1주일 이상'으로만 명시하고 있다. 훈련 중단은 명문화 돼 있지 않다. 반대로 한국은 1명의 선수라도 발열 증상을 보이면 선수단 전체가 훈련을 중단한다.
 
◆ 143경기 체제 마지노선 5월19일, NPB '안전' 최우선
 
3일 일본 프로야구는 또다시 개막 연기를 검토한다. 세 번의 연기 속에 24일을 개막일로 했지만 3일 열리는 12개 구단 사장 회의에서 다시 개막 연기를 검토 한다. 현재로선 5월 개막 연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미 퍼시픽리그 6개 구단 사장은 연기에 동의했다.
 
NPB는 연기를 생각하고 5월 8일과 5월 15일 등 예상 개막일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143경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늦어선 5월 19일엔 개막해야 한다. 만약 마지노선을 넘기면 포스트시즌인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취소하거나 경기수를 줄여야 한다. 포스트 시즌을 12월로 미루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선수협의회와 합의가 필요하다.
 
KBO는 지난달 31일 열린 단장 회의에서 개막 시기를 5월 이후로 상정하고 팀당 144경기를 많게는 135경기에서 적게는 108경기로 줄이는 안을 검토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관계자 및 팬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NPB 역시 3일 열릴 사장단 회의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둔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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